챌린지 77호
늙은 꽃
문 정 희
어느 땅에 늙은 꽃이 있으랴
꽃의 생애는 순간이다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아는 종족의 자존심으로
꽃은 어떤 색으로 피든
필 때 다 써 버린다
황홀한 이 규칙을 어긴 꽃은 아직 한 송이도 없다
피 속에 주름과 장수의 유전자가 없는
꽃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오묘하다
분별 대신
향기라니
하루를 시작하며 눈을 뜰 때에 누군가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열리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천지차이의 순간을 결정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제일 먼저 보이는 사물인가
가장 먼저 떠오른 기억인가
불쑥 먼저 만져진 불안인가
아 막막함이여
그렇게 살고도 서툰 삶의 질문들은 온통 먹먹하다
한 줄도 주석을 달지 못한 채 다른 질문으로 슬쩍 가린다 시간이 참견이라도 해줄까 기대해 보지만 다른 빛깔로 산란된다 오픈북 테스트가 더 어렵다
겪지 않고서는 아무런 답안을 채우지 못하는 난감
그 세계들은 하루마다 개연성없는 막의 강강수월래
그래서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운 세계들은 누적된다
새롭지 않다면 책의 앞장만 너덜너덜 했을 것이다
난처하게 불쑥 불거진 불안은 L-글루타민산나트륨
불안의 존재이유는 부정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