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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내야 할 것을 탐내지 못하는 무능에 대하여

챌린지 78호

by 이숲오 eSOOPo

히말라야의 독수리들


최 동 호


설산에 사는 히말라야 독수리들은

먹이를 찢는 부리가 약해지면

설산의 높은 절벽에 머리를 부딪쳐


낡은 부리를 부숴버리고

다시 솟구쳐 오르는

생명의 힘을 얻는다


백지의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지 못하는

지상의 언어가

펜촉 끝 절벽에 걸렸을 때


낡은 부리를 떨쳐버리고

설산의 절벽을 타고 날아오르는 히말라야 독수리

두개골이 눈앞에 떠오른다




무엇이 자꾸 되려고 하는 것의 비루함을 직시한다

되려고 하는 것을 나아가는 것으로 자주 혼동한다

되면 누리고 거느리고 호령하는 것으로 착각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존재하는가의 비상함을 늘 놓친다

너무 명료하고 단순해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무척 신기한데 이를 실천하는 이는 놀랍게도 순항한다


무엇이 되지 않으려 애쓰는 비범함을 흠숭한다

곁에서 무엇이 되라 아무리 부추겨도 그저 미소만 짓는 이들의 강함을 안다 존재에만 치중하는 집중


탐내야 할 것은 저쪽의 자리가 아닌 이쪽의 자리


내가 지금 탐나는 것은

공기

바람

글쓰기

어디서도 빌릴수도 벌일수도 없는 너와의 눈빛


인간은 타인에게 치열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그냥

조금씩

적당하게

자연스럽게

목적없는 나로 존재하기 위해 세상에 던져진 돌


이미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완성된 것을 부지런히 훼손하면서 스스로 혹 서로에게 거짓 체면을 건다


나는 완성되고 있어요
나는 올라가고 있어요


선이 아닌 것에서 최선을 찾을 때 허무가 달려든다


우리의 완성을 다시 맛보려면 타인이 당연하다고 탐내지 않는 것들을 탐내기 시작해보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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