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79호
가슴
김 승 희
세상에서 말 한마디 가져가라고
그 말을 고르라고 한다면
'가슴'이라고 고르겠어요.
평생을 가슴으로 살았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가슴이 부풀었어요
가슴으로 몇 아이 먹었어요
가슴으로 산 사람
가슴이란 말 가져가요
그러면 다른 오는 사람
가슴이란 말 들고 와야겠네요.
한 가슴이 가고 또 한 가슴이 오면
세상은 나날이 그렇게 새로운 가슴이에요
새로운 가슴으로 호흡하고 맥박 쳐요
그 날에 나에게만 유일하게 던져지는 말이 있다
점괘도 아니고
운수도 아니고
그저 다가와 옆구리를 찌르는 하나의 말이 있다
질문처럼 불꽃이 튀는
화두처럼 곤궁을 틔는
지금에만 유효한 신기루
있다가도 사라질 무지개
그날의 말을 놓치고 나면 오늘을 건널 재간이 없다
지나고 나면 자연스레 썩어 버리는 허무한 동앗줄
유일한 그 말 하나를 지어다가 하루를 살아간다
우리는 그만큼 연약하면서도 쉬 쓰러지지 않는다
오늘을 살게 할 그대에게만
유일한 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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