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80호
오래된 기도
이 문 재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 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오전 7시 35분,
교황은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교황청 평신도 가정생명부 장관인 케빈 페렐 추기경이 프란치시코 교황의 선종소식을 발표했다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속보를 전해 받자마자 화살기도를 바쳤다
타인에 대한 존중없이는
평화는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부활절 미사에서 휠체어를 탄 채 세상에 힘겹게 전한 그의 메시지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米壽를 살며 가장 낮고 가난한 자세로 14억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어른으로 섬김을 실천했다
예상컨대 생명주일과 성소주일 사이에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있을 것이다
267번째 교황은 누구일까
새삼 성 프란치시코가 남긴 평화의 기도가 생각닌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