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81호
좋겠다
고 운 기
저물 무렵
먼 도시의 번호판을 단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빠져나간다
가는 동안 밤을 맞더라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버스에 탄 사람 몇이 먼 도시의 눈빛처럼 보이는데
손님 드문 텅 빈 버스처럼 흐린 눈빛이라도
집으로 가는 길이라면 좋겠다
집에는 옛날의 숟가락이 소담하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만 나아가는 모든 것들은 발전 아닌 순환
옆으로만 움직이는 모든 것들은 순탄 아닌 발견
그래서 성장하는 것들은 비스듬하게 고갯짓 한다
골목길 입구 전봇대마다 쓰레기봉투가 안겨 있다
창밖으로 뭉툭한 불빛들을 게워내며 하품을 한다
잘하는 짓마다 꼬리표를 달아 수레에 실어 나른다
걱정 말아요 다
잘 돌아올 거예요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만드는 쾌감을 배우는 중
노약자나 교통약자의 좌석이 왼쪽에 있는 이유는 급정거시 몸의 균형이 우뇌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오늘을 탐구하기 위해 배꼽에 핑크솔트를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