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Jan 10. 2023

어쩌다, 시낭송 002

가장 연약한 것에서 강함이 창조되나니

I   부럽거나 부끄럽거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부러웠던 순간들보다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나를 꿈틀거리게 했다.

줄곧 주변에는 온통 부러운 대상들로 가득 찼으나 내 안에는 진창 부끄러운 생각들로 넘쳐흘렀던 탓이다.

부럽다는 건 현재에 대한 판단이지만 부끄러운 건 늘 과거에 대한 만지작거림이다.

망상과 후회를 오가는 추 사이에서 나 스스로 부러움을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당최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들의 단단한 마음들을 되레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쉬 부러워하지도 않고 좀체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어설픈 어른이 되어 버렸다.

묵처럼 굳어버린 무쇠솥의 사골국물을 녹이는 것이 아궁이불이듯 나의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활성화시켜줄 매개는 시낭송일지도 모르겠다.



II   삶의 난수표는 목소리로만 풀 수 있어

각오하고 계획해서 잘 되는 일이 있고 그렇지 않아야 가능한 일들이 있다.

전자가 기술에 가까운 것들의 목록이라면 후자는 예술로 걸어가는 것들의 나열이리라.

그러니 계획적이지 못하거나 체계적인 것들에 모질지 못한 나를 더 이상 괴롭히지 않으련다.

예술을 잘할 체질이라고 위무하고 눈을 감을 것이다.

돌아보니 이룬 것들이 대부분 디자인 화려한 다이어리의 시간표에 적힌 빼곡한 계획들보다 줄칸 하나 없는 일기장에 적어둔 막연한 욕망의 리스트들과 겹치는 것이 많았다.

어쩌면 만물의 작동원리는 애초부터 난수표의 뒤죽박죽!

난수표의 불가능한 패턴을 풀어내는 것은 공식이 아닌 목소리의 울림이 전부이기도 하다.



III   낭독으로 읽었으나 낭송으로 들릴 수도 있는


겨울에는 숲에서 만나자

아니다

겨울에는 숲이 되자

https://youtube.com/watch?v=jhiLueRfFg8&feature=shares

겨울숲_복효근

이전 01화 어쩌다, 시낭송 00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