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Jan 12. 2023
I 새벽만 살고 싶다
새벽은 풀어보지 않은 기상천외한 랜덤박스.
새벽은 그동안 풀리지 않은 의혹들의 깨달음.
새벽은 하루 중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후회.
새벽은 단순하지만 섬세한 한줄기의 침묵.
새벽은 자유로운 새이기도 하고 막막학 벽.
새벽은 나의 이성과 감성이 뫼비우스의 띠가 되는.
새벽은 무모한 용기를 겸허로 무장시키는 함수.
새벽은 처참했던 어제를 어루만져 재생시키는.
새벽은 그토록 기다렸던 욕망들을 발효시킨다.
Ii 소박한 하루에 거는 거대한 주문
가끔씩 하루가 허무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돌이켜보면 새벽 없이 하루를 보낸 날이다.
모처럼 오늘은 새벽을 되찾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축성이 된다.
새벽에 일어나서 나쁜 계획과 못난 생각을 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새벽은 염소보다 힘이 세다.
밤에서 넘어가는 새벽보다 아침으로 넘어오기 전의 새벽이 신선하다.
새벽에 하는 모든 행위는 보너스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그 효과는 정확히 37배 높게 나타난다.
새벽을 외면하는 경우 적어도 세상에 아홉 점 깔아주고 두는 바둑처럼 버거울 것이다.
Iii 새벽은 시를 듣기 좋은 시간이라네
새벽의 시_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