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Jan 11. 2023
어쩌다, 시낭송 003
삶의 끝에서 나에게 내민 나의 목소리
I 시작은 절박한 사소함으로부터
그해 1월도 춥고 온기 없는 겨울햇살이 자주 창 너머로 한 줌씩 던져지곤 했다.
아버지의 죽음,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 팬데믹으로 인한 외부 행사 단절 등을 줄줄이 겪고 난 후의 시간들은 출구 없는 거대한 터널이었다.
공황 장애인지 우울증 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는 나날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나의 작은 방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심해처럼 느끼며 막막해했다.
한 발도 세상밖으로 내딛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며 삶의 끝이 있다면 이러하리라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렇게 죽는다면 나의 목소리라도 남겨놓아야겠다는 막연한 의지가 스멀스멀 일어났다.
유언처럼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소리 내어 녹음기에 담기 시작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나는 어떤 시를 읽을 것인가.
그것만이 하루의 꿈이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실천이었다.
II 목소리보다 몸소리에 가까운
날마다 지문은 달라지지 않아도 목소리의 결은 다르게 나왔다.
목소리는 목에서 나오지만 온전히 몸에서 나오는 몸소리였다.
시인의 의도를 읽어내기보다는 내 안에 들어온 느낌에 집중했다.
무수한 오독의 읽기였어도 무관했다.
수많은 시어들은 소리가 되었을 때 내 몸에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되었다.
치유의 언어
위로의 언어
삶에로의 언어로 바뀌었다.
III 시를 베고 누워서 물을 바라보아도 좋을 1월의 오후
물의 베개_박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