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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람 그립고야

챌린지 75호

by 이숲오 eSOOPo

화신


홍 사 성



무금선원 뜰 앞 늙은 느티나무가

올해도 새순 피워 편지를 보내왔다

내용인즉 별것은 없고

세월 밖에서는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말만 다를 뿐 같은 것이라는 말씀

그러니 가슴에 맺힌

결석 같은 것은 다 버리고

꽃도 보고 바람 소리도 들으며

쉬엄쉬엄 쉬면서 살아가란다




넓어지기 위해서는 깊어지지 않아서는 안 되겠구나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멈추기를 주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고

견뎌내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것을 내려놓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서

적어도 잘못 보지 않기 위해서는 진득하게 기다리는 우둔함은 절실하다


어렴풋해서 더 자유로운

몰리지 않아서 더 왜곡되지 않는 나날들을 하나둘 헤아리며


낡은 것들은 시간에 있지 않고 시선에 자리하였음을

늙은 것들은 세월에 있지 않고 세부에 결정되었음을


머리로 안 것들을 가슴으로 옮기는데 하루가 터무니없이 가냘프다


이럴 때면 가차없이 영랑처럼 마음아이가 서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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