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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그 바람

기형도문학관을 다녀오다

by 이숲오 eSOOPo

기억을 기어이 마주하게 한다

형식도 방법도 내려놓은 채

도저히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다른 문학관과 달리 이곳은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마치 이곳이 달리고 내가 멈추어야 비로소 보인다

바람은 한번도 그대를 외면하고 비켜간 적이 없다

그 서툰 소식을 듣고는 한참을 말없이 주저 앉는다

모든 사물들은 시대의 기억을 품고 있거나 풍긴다

시간은 사물을 통해 향기를 내뿜거나 냄새가 난다


시와 이미지와 에이아이와 목소리가 만나 춤춘다

모든 것은 우연의 몸짓이고 필연의 몸부림이 된다

누군가의 발화에는 그 뒤통수를 다시 보아야 한다

정면에서 측면으로 지나면서 진실이 윙크를 한다

서툴면서 오랜 것들을 자꾸 되뇌이게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이 어찌 되었든 문득



앞으로 일 년동안 기형도문학관에서는 바람이 인다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마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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