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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들끼리만

지버링크

by 희수공원

예민하고 불안지수 높은 사람들에게 더한 두려움이 될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더 빠르고 편하게 시간을 지배하게 될 테니 시스템에 맡기라 흥분할 수도 있다.


AI가 자기들끼리만 쑥덕거린다. 인간인 나는 이미 낡은 자연어의 느릿한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초스피드로 결정된 미래 위에 던져진다.


지버링크는 2025년 2월, 음성 AI 스타트업인 ElevenLabs의 해커톤 대회의 최고상 수상 프로젝트다. 핵심은, AI가 주파수 편이 변조 기술(GGwave)을 이용해 소리신호를 특정 주파수로 바꾸어 데이터를 전송한다. 인간은 알아듣지 못한다. 빠르다, 정확하다, 효율적이다, 경제적이다. 하지만 AI 신뢰도, 의사결정의 불투명, 보안, 기술 악용, 인간의 통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삐리리지릭지릭띠리리삐띠리리...


친구가 보내온 영상에 AI끼리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는 드러누웠다. 최극단의 빠르기와 정확도 효율성과 경제성의 정점에서 우리 인간은 뒤돌아 볼 수 있을 것인가. 선과 악이 제대로 구별되지 않는 복잡하고 두려운 시간을 걸으며 머릿속이 하얗게 비었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AI로 인류가 종말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경고를 들은 지 얼마 안 되는데 인간의 능력과 진화를 능가하는 AI를 생성해 내고 인간은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숫자 놀음하다가 숯이 된 줄도 모르고 다 타내려 가는 뜨거움을 섣불리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최근 1년간 AI를 잘 활용하라는 프로그램마다 거의 참여하고 있다. 최근 구글워크스페이스에 연동한 제미나이(Gemini) 교육 및 시연을 듣고 또다시 드러누웠다. 가슴이 답답했다. 프롬프트 노예가 되고 있다. AI가 내준 초미세 정확한 자료를 돌리고 눈 빨갛게 멍하니 학생들 앞에 서 있는 공포로 꿈에서 깬다.


교수자도 진화하는 중이다. 학생들 앞에 놓인 노트북에는 거의 항상 언제나 챗지피티가 시퍼렇게 깜박거리고 있다. 그래서 지피티를 학습 향상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프롬프트 교육까지 해야 한다. 가끔 환각 상태의 AI가 슬쩍슬쩍 아무렇게나 조합한 정보를 뱉어내면 자료 검증까지 AI 뒤치다꺼리도 그들의 몫이 되었다.


교육현장 이곳저곳에서 AI 몸살로 지글지글 끓고 있다. 초등학생도 중고생도 대학생도 교수자도 AI를 어깨에 메고 유령처럼 너덜너덜 걸어간다. AI 두세 개는 기본인 세상, 에이 아이 키우며 정신세계를 닫는다.


...

몇 시니

내일 날씨는

맛집 어디

...

영어 뭐야

번역은

음악 제목

...

라면 칼로리

우리 엄마 언제 와

쫄병 스낵은 한 봉지에 몇 개야

...

도서관 좌석 예약 해줘

...

삐리리지릭지릭띠리리삐띠리리...

...

너 뭐 하는 거야

무슨 소리야

...


AI끼리 하는 GGwave 소통은 인간을 멀뚱멀뚱 소외시킬지도 모른다. 고약한 전문가의 사악할지도 모르는 프로그래밍에 인간의 자연어가 생략되고 사고력도 도태되고 생존력도 추락할까 두려운 하루다.


2년 넘게 이리저리 다른 방식의 아날로그로 데미안만 반복하는 나는 이미 세상에서 삭제되었는지도 모른다.


클릭! 팟!

You have successfully vanished.

(당신은 성공적으로 휘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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