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20호
여름날 밤에
양 성 우
살아 있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이 여름날 무성한 나뭇잎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땅거미 내린 뒤에 팔을 베고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들으니 즐겁다.
지나간 날들은 흐르는 물처럼
또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동안 나의 욕심이 내 자신을 거듭하여 넘어뜨렸지만,
아직도 내가 이곳에 남아 있음은 신의 은총이다.
사람이 온갖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무슨 까닭인지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다.
다만 한 가지,
숲으로 날아드는 저녁 새들을 비롯하여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게
나 홀로 잊혀지지 않고 싶을 뿐이다.
기적처럼
호접란이 두 송이 피어났다
우중충한 사무실 한켠이 밝아진다
겨우내 얼어 시든 줄 알았는데 잘린 가지에서 새알 같이 봉우리가 열리더니 주말 사이 나비가 날갯짓하듯 활짝 편 채로 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
기적이다
불현듯 달려온 것들은 모두 기적이다
기적소리가 꽃에서 들린다
작년 피운 꽃모양을 어찌 잊지도 않고 다시 그려내는지 기적의 자리에는 화가가 머물다 간다
기적 앞에서는 누구나 기저귀를 찬 아이의 눈을 가진다
어쩌지 못한 채 세상의 언어를 잃고 태초의 감각으로 옹알이를 한다
ㅇ우웅 아아 ㅇ우ㅋㅑ컄 가아 우히ㅎ 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