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19호
장미와 산다는 것
김 중 일
태중의 일처럼 봄 속에 잠겨 봄을 들이 마시고 내뱉다가, 나와보니 울음이 터지는 장미의 계절이다.
장미는 어디는 내 곁에 있다.
갑작스러운 제 부음에 한달음에 달려온 너의 두 귀를 꺾자 평생 나눴던 붉은 말들이 쏟아진다.
나흘 만에 돌아온 빈집의 식탁 위로 떨어진 거대한 눈물 한방울이 수박처럼 쩍 쪼개진다.
식탁 위에, 떨어진 붉은 장미 잎이 가득하다.
장미는 언제든 몸 안에 있다.
자정이면 붉어지는 눈언저리에서 손금 가득한 나뭇잎들이 돋는다.
눈동자 속 실핏줄기에 핀 장미를 헤집고 침대 위로 떨어진 기다란 눈물이, 검은 수면처럼 일렁이는 침대 속으로 물고기처럼 스며든다.
장미는 어디든 언제든 피어 있다.
울고 있는 아이의 새빨간 얼굴에, 벌린 입속에, 작은 맨발에
울고 있는 아이를 뒤돌아보다가 넘어지던 너의 무릎에
너 없는 공중을 끌어안는 내 두 팔이 나까지 안을 때
내 가슴팍에 작은 화분 같은 공중이 생길 때
네가 그 공중에 씨앗 대신 묻은 네 눈빛이 자라 내 얼굴에 장미처럼 피고 진다.
오늘의 탄생화는 튜베로즈
피리와 비녀가 뒤얽힌 애틋한 전설을 가지고 있다
하루내 다가올 치명적 유혹이 있다면 이 꽃 탓이다
유혹은 애초부터 내 안에서 싹이 튼 것인데
밖에서 온 것으로 치부한다 밖에서 걸어잠근 문처럼 나는 아무 잘못없는 것처럼 다소곳이
유혹없는 가슴으로 어찌 저 고개를 넘을 수 있는가
쾌락없는 입술로 어찌 저 시들을 노래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