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것만 내 것이에요

챌린지 118호

by 이숲오 eSOOPo

6월


이 외 수



바람부는 날 은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 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그러나 주소를 몰라 보낼 수 없습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잘 모릅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것만이 최근에 내린 진단입니다


거의 포획되었다가 놓친 것들이 전부입니다


모두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 들은 소리와

귀로 맡은 냄새는 서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만진 감촉은

혀로 본 광경이 못 다한 이야기들을 거듭니다


6월이 되면

肉되지 말고

育하거나 戮하지 말고

그저 흘러 보내라고

유월이라고 애써 고쳐 부르나 봅니다


이토록 하루가 지치는 건 태양 탓만은 아니어서


한 해 중간에 정박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내 책을 덮고 남이 넘기는 책장에 손이 가고

내 짐을 닫고 남이 꾸리는 배낭에 눈이 가는


한없이 자신이 허섭해지고 누추해집니다


유월의 기원처럼 위로가 시급합니다


주춤하다가는 쌓아둔 여러 목록들이 넘어집니다


벗기자마자 이내 변절하는 바나나 껍질보다는

단호하게


흩어져 흩날리는 다짐들을 정전기로 충만한 빗자루로 쓸어 담아 봅니다


다시 도망갈 의지이지만


다시 살아갈 목숨이니까


가만 생각해 보니 놓친 것만 온통 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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