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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와 처녀

반대쪽도 맞닿아 있는

by 이숲오 eSOOPo

놀랍게도 불려지는 대로 운명은 그리로 흘러간다


처서부터는 밤낮기온차가 커지며 더위의 기세가 꺾이는 추세를 보였으나 이젠 더이상 그렇지 않다



처형處刑에서와 같은 '처분하다'는 의미에서 거자반去者半 처자반處者半(예기)처럼 '머무르다'로 옮겨가고 있다


더이상 처서가 더위를 처분하지 못하고 더위에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머무르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글자의 뜻을 거스르는 게 아니라 글자가 내포한 여러 본성을 조금씩 옮겨 드러내는 것


처서와 처녀의 처處가 비로소 같은 의미로 만난 셈


마침내->아직


공교롭게도 처서는 처녀자리가 시작되는 첫날이다

遷徙往來無常處(사기)처럼 장소로 사용되는 말을 처서에 쓴 것은 흥미롭다 시간이 아닌 장소의 더위


더위가 본디 있던 곳이라니


계절을 공간으로 느껴보는 날


게다가 處에는 '앓다'라는 의미도 있다


더위를 제대로 혹은 마지막으로 앓아보는 날이다


무엇이든 앓아보면 알아보게 된다


처서의 본디 습성을 들여다보면 그리 원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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