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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23. 2024

언어 반신욕

0803

오전 내내 책을 읽는다.


자다 깨다 반을 넘긴다.


입체적인 인간이 평면의 책을 읽는 일은 고단하다.


그나마 책의 이제껏 생존은 독서 중 펼쳐지는 입체체험이 이를 가능케 했다.


활자중독과 난독증 사이에서 독서는 늘 지난하다.


흥미로우면 남은 분량이 아까워 더디 흐르고

난해하면 이후 맥락이 난감해 휘청거린다.


보통 잘 쓰기 위해 읽는다고 말하는데 나는 잘 말하기 위해 읽는다고 주로 피력한다.


다수 앞에서 말해야 하는 일이 잦은 나는 화술의 점검을 읽기에서 일방적으로 도움받는다.


가끔씩 매끄럽지 못한 발화의 순간을 잘 감지했다가 적합합 장르의 독서로 연결한다.



일상 대화는 소설로

논리 강의는 철학으로

대중 강의는 인문/예술 관련서적으로 달려간다.


인용이 아니라 '언어 반신욕'을 하는 것이다.


책을 펼치고 나를 그곳에 반쯤 담그면 점차 노곤해지면서 기존의 낡은 언어를 걸러내고 새로운 언어를 세포 곳곳에 침투시킨다.


방법이 느슨하지만 치명적이다.


눈에서 뇌를 거쳐 가슴을 지나 혀로 이어지는 경로는 화술의 미스테리한 비밀로 삼고 있다.


인간은 복잡한 메커니즘으로 되어 있으므로 비상식적인 '돌아가는 지름길'을 잘 찾아야 한다.


이러한 놀라운 경로들이 내 몸에는 무수하다.


벌써 노곤하다.


언어 반신욕 후 며칠이 지나고 나면 나의 언어들은 깊은 맛을 내며 곰삭을 것이다.


나의 언어에 내가 먼저 달갑기 위해서는 변화의 고단한 시간을 '읽기'에 충분히 할애해야 마땅하다.


이 비밀 금붕어 같은 독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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