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화관에 대해 활자로 풀어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저서 '시간의 각인'*의 마지막은 간절한 유언처럼 이 문장들로 마무리된다.
... 임박한 종말론적 침묵의 징후들이 분명한 사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인간은 살아남을 희망을 품을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어쩌면 생명의 물기를 빼앗겨 시들어버린 나무의 끈기에 관한 전설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전설을 내 창작 이력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전설을 내 창작 이력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의 토대로 삼았다. 한 수도승이 물을 길어 한 걸음 한 걸음 산으로 걸어가서 시들어버린 나무에 물을 준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필요하다는데 일말의 의심도 없고, 창조주에게 믿음의 기적을 발하는 신념을 단 한 순간도 잃지 않는다. 그래서 수도승은 기적을 체험한다.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나무줄기가 어린잎들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기적일까? 이것은 진실이기도 하다.
그의 영감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오프닝으로 기억될 '희생'의 롱테이크 첫 신으로 충격을 준다.
(개인적으로 엔딩 롱테이크 6분 52초 씬보다 오프닝이 더 훌륭하고 詩的이라고 본다)
여러 평론가들이 그의 간곡한 목소리를 영화 속 이 한 문장에 집중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한 그루의 나무를 살리면 세계를 구하는 것입니다!
나는 오히려 러닝타임 145분이 지난 후 엔딩크레디트가 오를 때 타르코프스키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너무 얄팍하게 안도하지 마!
그는 시한부를 판정받은 후 생의 벼랑 끝에서 유작'희생'을 찍으며 인간 본연으로 깊숙하게 들어가 사색한 후 길어 올린 처절한 문장들을 배우들의 입을 빌어 무수히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