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숲오 eSOOPo Dec 05. 2023

생각 발자국

0541

생각하는 순간보다 생각이 지나간 자리를 흘낏 흘낏 보게 된다.


이는 흔히 말하는 후회나 미련이 아니다.


그것은 고착된 상태에서 그리 불려질 수 있으나 바로 이전의 상태에 준한다.


생각의 흔적들은 생각 자체와 사뭇 다르다.


마치 사물과 사물이 있던 자리나 그림자가 다르듯 정처 없거나 부질없기가 부지기수다.


이럴 때에는 생각도 일정한 무게를 가지고 중력에서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무거운 생각은 가슴 한켠을 묵직하게 내리 누르기도 한다.


생각은 할 때보다 이후에 그 본질이 선명하게 발현되는데 이는 다음 생각의 신선한 빌미가 된다.


자칫 생각의 흔적은 반짝하고 마는 현상 같아서 잔상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이때 글쓰기는 생각의 흔적을 명징한 발자국의 형태로 바꾸는데 적절한 도구가 된다.


있었으나 없었던 일이 아니라 여전히 일어나는 불멸의 순간으로 상황을 장악하고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


생각이 바로 글이 되면 고집스러워질 수 있는데 생각의 흔적들을 글로 쓰면 말랑해지고 투명하다.


그래서 생각이 흘러나오면 그 궤적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생각의 잔상을 기록해야 완성된다.


모든 생각의 불안은 생각 이후의 처리에 있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면 글을 써야 한다.


볼펜의 똥을 받아내듯 생각이 지나간 자리를 글쓰기는 쓸어 담는다.


https://brunch.co.kr/@voice4u/138

https://brunch.co.kr/@voice4u/428

https://brunch.co.kr/@voice4u/257


매거진의 이전글 똑같은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