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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23. 2023

어쩌다, 시낭송 046

글쓰기가 끼니 같아

I    그러게 미리미리 하지 그랬어라는 야속한 말은 하지 말아요


브런치 글을 쓰지 않고 하루를 보내는 것은 작가에게 죄악일까 달콤한 휴식일까.

하루 일과의 동선이 크고 글을 차분하게 자리 잡고 쓸 수 없는 날에는 굳이 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속이 미덕이지만 굴레이기도 하다.

무형의 행위는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공허한 찬가를 부르거나 위무의 춤을 추는 것.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돌아가는 영화의 장면들.

배를 채운 양들이 무성한 풀밭을 어슬렁거리는 움직임과 유사하다.

글을 쓰지 않아도 아무런 낌새 없이 세상은 돌아가고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나만이 느끼는 잘못 자른 손톱 밑 고통 같은 것이다.

그러하기에 참지 못하고 견디지 못한다.

이런 고통이 명징한 고통보다 외면하기 어렵다.

그래서 덜컹거리는 만원 버스에 기대어 잠깐씩 멈추는 정류장의 고요마다 타전을 하는 것이다.

글 쓰는 순간은 무인도에 표류하는 로빈슨 크루소가 되어 나의 안녕을 독백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생사를 스스로 챙기는 구실이 된다.

밀린 일기를 쓸 때보다 긴박하다.

세상에 이 일보다 중요한 구호사업이 있을까.




II   내일은 내가 더 잘할게요 브런치에게


환승 정류장에 내리니 방금 떠난 앞차가 뒤도 안 보고 떠나고 있다.

손을 흔드니 잘 가라는 인사로 알았는지 더 힘차게 배기가스를 뱉고는 멀어진다.

안내 전광판에는 다음 버스가 8분 후에 온다고 나를 달랜다.

글 쓸 시간이 주어진 것으로 보자면 빠듯해서 기다림의 무게가 한층 가벼워진다.

이것이 원효대사가 일러준 일체유심조던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던가.

시간은 저장할 수는 없지만 모른 척할 수는 있다.

내일 날씨 구름 많음

구름이 많다는 게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비가 온다면 우산을 챙길 텐데

구름이 많으면 무엇을 챙겨야 하는 걸까.

이 날씨정보는 싱거운 농담이 된다.

내일 브런치 예보를 해볼까.

내일 브런치는 글자 많음 곳에 따라 빈칸.




III    차의 마음이라는 말처럼 들렸지


https://youtube.com/watch?v=rYU-moROdWo&feature=shares

차심_손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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