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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21. 2023

어쩌다, 시낭송 044

브런치 마감 시간 정하고 글 쓰시나요?

I    글을 쓰는데 영화비가 드네요


무언가 일이 진전이 없을 때 목표를 수정한다거나 방법을 찾는다거나 하지 않는다.

나만의 독특한 게임체인징은 이러하다.

특히 브런치 글쓰기에서의 가장 강력한 효과는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마감시간!

무조건 끝나는 시간을 강제로 부여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전에 2시간 뒤 상영할 영화를 예매한다.

적어도 극장까지의 이동시간을 염려해 1시간에 끝내야겠다는 조급함이 밀려오고 그것은 마감의 압박이 된다.

친구와의 약속은 서로의 간단한 타협으로 살짝 이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극장의 영화시간을 브런치 때문에 조금 늦춰달라고 관계자에게 연락해 승낙을 받아내기란 서울역에서 정시에 출발하는 KTX를 붙잡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발권취소가 있지 않냐고 반문하겠지만 나의 영화예매 절차는 복잡해서 취소하느니 차라리 가서 보는 쪽이 수월하다.

우선 앱을 켜고 하루에 한 번 밖에 상영하지 않는 아트하우스의 추천영화를 선택한다.

마침 그 영화는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아트하우스 클럽 회원인 아티스트에게만 제공하는 한정판 배지를 선착순으로 증정하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그 영화는 이미 소문 듣고 점령한 영화마니아들로 듬성듬성 자리가 차 있고 가장 한적한 좌석을 골라 예약한다.

이내 예매티켓이 화면에 뜬다. 

그 티켓을 나의 스케줄러에 연동해 옮겨놓고 예약번호를 복사해서 제휴포인트 적립 카테고리로 가서 입력한다. 바로 제휴사 포인트 적립완료와 함께 귀여운 캐릭터가 나타나서 추가 보너스에 당첨되었으니 두더지게임을 하라고 지시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삐 움직이는 두더지를 골라 누르니 적립쿠폰이 하나 더 주어진다.

이 정도 프로세스를 따라오면 내가 영화를 좋아해서 예매를 하는 건지 제휴포인트 적립에 더 흥미가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여기까지 해놓고 브런치의 제목을 적는다.

이 귀찮은 과정을 거치면서 영화예매를 하게 되면 잘 취소를 하지 않는다. 아니하지 못한다.

이놈의 브런치 글쓰기 때문에 본 영화가 작년에는 한 해 동안 118편, 올해에만 극장에서 19편이나 된다.

내가 글을 쓸쓰록 극장은 돈을 버는 이상한 구조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마땅히 볼 영화가 없어서 마감시간을 정하지 않고 쓰고 있다.

그것보다 더 강력한 마감 이유가 있는데 5시부터 술을 마실 예정이다.

그렇다면 지금 글 쓸 이유가 분명해지면서 마시지도 않은 술이 온몸에 퍼진 듯 써지기도 한다. 




II       3만 조회수는 작게 축하할래요


누군가는 맨날 구독자 오백 명 돌파니 글 250개 업로드니 기념만 한다고 야단칠 것 같다.

어제 자정과 동시에 3만 명 조회수를 찍었다.

어찌 보면 하찮고 보잘것없는 작은 수이지만 나에게는 주제넘고 감사하기만 하다.

매일 백 여 분의 작가님들이 한 번씩 내 글을 눌러주었다는 물리적인 사실만으로도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글 쓰라는 3만 번의 채찍이라고 본다.

더 겸허해지라는 3만 번의 조언이라고 본다.

더 뜨거워지라는 3만 번의 박수라고 본다.

삼만 번에 안주하지 않고 산만해지지 않고 묵묵히 나의 보폭으로 걸어가리라.




III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https://youtube.com/watch?v=1eNLey0QJrA&feature=shares

44_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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