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stina Lente
한 해의 이맘때쯤은 굳은 다짐도 시들해지고 힘찬 발걸음도 더뎌질 때다.
거쳐온 오아시스를 돌아보니 시선에서 사라지고 다가올 오아시스를 마음에 품고 가는 중인 게다.
도중이자 노상이다.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시작과 끝의 지점에서 모두 멀리 떨어져 있기에 어느 쪽으로 달려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돌아가느냐 계속 나아가느냐는 좀 더 걸어가면서 고민해 보기로 한다.
어느 나라 속담인지는 가물하지만
천천히 가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멈추기를 두려워하라는 말이 시의적절하다.
지금 필요한 건 용기일까 지혜일까.
그래서 3월을 봄으로 단장해서 다가오나 보다.
의지박약 해진 순간에 말랑말랑한 손을 내민다.
어서 다시 시작해 보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마침 오늘의 탄생화를 찾아보니
칼미아.
미국 진달래꽃이라고 불리는 식물이다.
인디언들은 이 식물의 뿌리를 가지고 숟가락을 만들어 사용해서 숟가락나무(Spoonwood)라고 부르기도 한다.
근데 이 꽃은 오뉴월에 피는데 왜 오늘의 탄생화로 정했을까.
날마다 짝지어져 있는 탄생화들은 날짜와 어떤 연관으로 이어졌고 누가 만들고 부르기 시작한 것일까.
별초롱과 닮은 칼미아의 꽃말은
커다란 희망.
그러나 양이나 염소에게는 예외다.
잎에 독이 있어서 먹으면 죽는다 하여 Lambkill로도 불린다.
옛날 사람들은 모두가 시인이구나.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이름과 별명을 지어주고 곁에 두고 노래를 부르고 함께 살고 지고.
그네들보다 풍족하게 살면서도 길 가에 흐드러진 풀꽃 이름 하나 모르고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자연도 모르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용하다는 생각도 든다.
꽃들의 이름 지어주기를 놓쳤다면 내 주위의 귀한 이들의 이름이라도 곱게 다시 불러주어야겠다.
https://youtube.com/watch?v=HOU02LZhZF8&feature=shares
사랑스런 추억_윤동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