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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Dec 05. 2023

투명의 의미

[꽃이 구글 글씨체] diphyleia, 다이필레이아

구글 글씨체 diphyleia를 좋아한다. 다이필레이아 또는 디필리아라고 읽는다.


보통 때는 불투명 순수한 하얀색의 꽃잎이지만 비를 맞으면 투명해진다. 이름도 여러 가지다. Diphyleia grayi(다이필레이아 그레이), 산하엽(山荷葉), Skeleton flower (해골꽃), 유리꽃이다.


한국어 꽃말인 '친애의 정', '행복', '청초한 사람'보다 영어 꽃말의 의미가 나는 더 좋다.


Beauty (아름다움), peace (평화), transformation (변환), hope (희망), new beginnings (새로운 시작), the ability to ease pain (고통을 완화하는 능력), 그리고 relaxation (쉼, 여유, 이완)이다.


나는 투명의 의미를 세 가지로 나누어 산다.


첫 번째는 재독 철학자 한병철이 말하는 투명이다. 낯섦이 없는 사적인 영역도 모두 까발린 포르노그래피 같은 폭력적 투명이다. 우리가 사는 디지털 사회의 일면이다. 은밀한 매력보다 까발린 천박함에 뒹굴며 산다.


두 번째는 하늘 같은 투명이다. 공기 같은 투명이다.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투명, 이런 투명한 사람들이 있다. 누구나 사랑하며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사람이다. 로운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된다.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의 수만큼 꾸준히 상처받게 된다. 슬픈 사랑은 피하도록 한다.


세 번째는 이 diphyleia 꽃 같은 투명이다. 단 하나와 닿을 때만 투명이 된다. 비는 다이필레이아의 연인이다. 비 또한 온 세상에 온다. 그러나 지나간다. 다시 시간을 간직한 불투명한 이야기를 간직한다. 그리고 기다림.


투명은 순수와 반대이기도 그 자체이기도 큰 이야기의 시간을 품기도 한다.


나는 불투명의 간헐적 버전, diphyleia 꽃의 투명으로 살고 싶다.



사진 - Diphyleia from 핀터레스트

#라라크루 (2-4) #라라라라이팅 투명을 제대로 골라가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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