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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책을 흔들어 깨우는 일

깊은 잠에서 일어나 다시 걸어보라고 살아보라고

by 이숲오 eSOOPo

리뷰의 일련번호를 헤아리다가 그만둔다


그것도 출간초기에나 하는 도서순위보기 같은


출간 후 이 년쯤 지나고 나면 잊혀진 계절이 된다


이제는 누가 읽을까

저 수많은 책들의 숲에서 깃발도 꺾이고 바랜 무명작가의 소설이 눈에 띄기는 할까


깊은 잠에 든 나의 책들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신간서적들의 기세로 사라진 지 오래되었을 테고

온라인 서점에서 판매지수도 영으로 수렴할 테고

출판사도 간간히 홍보하던 몸짓도 거둬들일 테고

언젠가 전설처럼 한때 있었던 사건으로 잊힐 무렵


하나의 리뷰는 오래전 보낸 편지에 대한 바다에서 발견된 유리병 속 답장처럼 우연 같고 기적 같다


유리병 마개를 여니 발신자의 정체가 놀랍다

나의 졸저 장편소설 <꿈꾸는 낭송 공작소>는 접근장벽이 높다 수준이 아니라 친근함에서 그렇다


'꿈꾸는'이 현실의 자기계발에 쓸모가 없어 보인다

'낭송'이 너무 캐캐묵은 재미없는 옛날 문화 같다

'공작소'가 시대착오적인 장소처럼 보이기도 한다


리뷰어가 이 불편한 장벽을-자신의 관심사와 무관할 수 있는 생소한 주제혹은 소재- 넘어 읽어준 것만으로도 멋져 보인다


요즘 유행에도 한참 동떨어진 이야기에 선뜻 귀한 시간을 걸만한 용기를 지닌 독자가 드물기 때문에


그러나 혹시라도 이 소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면 어느 자기계발서보다 현실적이며

낭송이 아닌 것들의 이야기며

독서내내 자신과의 대화를 부추긴다는 비밀을 리뷰어가 알아봐줘서 저자로서 감사하다


게다가 저자의 협소하고 느슨한 지식으로 언급한 문호들이나 개념들을 내공의 독서량과 통찰로 해석하고 해설한 리뷰어의 감상은 책을 저자로서도 다시 한번 펼쳐 생각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리뷰어마다 집중되는 부분이 달라지는 것도 저자로서 즐거움과 놀라움이다


이 눈밝고 사려깊은 리뷰어는 램즈이어 작가다

(졸저에 정성스런 리뷰를 써주신 램즈이어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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