避冬 아니라 越冬

피하지 않고 넘어야 할 것이 겨울 뿐이랴

by 이숲오 eSOOPo

바닥에 얼룩진 컵을 씻고 손수건을 적셔 탁자에 말린다


안개 같은 음악이 흐르고

꽃잎 같은 햇살이 날리고


하다만 일들을 배꼽만 한 수첩에 적어본다


늘어놓기만 해도 일의 팔 할을 마친 기분


그다음은 시간이 흐트러뜨리고 우연이 방해할 것이 분명하다


계획만큼 허술한 건축물은 없어서


구해놓은 멋진 그림을 걸 기회가 나지 않는다


일상은 자주 빠는 수건처럼 뻣뻣하고 새것이 될 수 없고 자꾸 손을 타고 할 수만 있다면 뒤집어보고 싶고


올해 가장 추운 일주일이라는 예보는 믿어보려 한다


춥고 더운 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인데 이 낭만적인 예언을 듣고 믿는 것은 나쁘지 않다


아침마다 각오할 항목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


털로 곱게 짠 팬티를 한 장 더 입으면 될 것이고 토끼무늬를 넣은 양말 위에 호랑이 무늬를 넣은 버선을 하나 덧신으면 될 일이니까 우려 없다


겨울은 피하지避 않고 넘는越 계절이니까

避冬 아니라 越冬


수평이 아닌 수직의 운동으로 몸과 마음을 전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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