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하는 중

나보다 사물을 이해시키는 것이 더 어렵다

by 이숲오 eSOOPo

계절을 갈아 끼우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정리정돈


사물의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달라진다


달의 마지막날이면서 주말이라 정리의 리듬이 맞아떨어진다


발 디딜 틈에서 손님을 초대할 정도로 바꾸는 과정은 묵상에 가깝다


여기에서 어디로 가느냐의 문제

존재에서 소멸에로의 판단 문제

드러냄과 감춤의 절묘한 문제들


정리는 청소와 달라서 순간마다 결정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매뉴얼도 없고

참고서도 없고

오정답이 없는


그래서 무한한 가능성과 한정된 불가능성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리의 과정마다 만나는 뜬금없는 카드와 편지들은 감정이 묻어나서 쉽게 어쩌지 못한다


발신자와의 관계유무는 중요치 않고 내가 받았을 감동의 응어리만 중요해지는


정리는 두 눈을 뜨고 하면 안 된다


반쯤 게슴츠레 뜨고 빠르고 신속하게 하는 편이 감성건강에 유리하다


어느덧 한 끼의 끼니를 거른 줄도 모르고 이어진다


창 너머 도로 위 차량의 소음은 시간의 덧없음을 소리로 가르쳐 준다


여느 달 보다 길이는 짧아도 결코 무게마저 가볍지 않았던 2월


무심한 사물들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것들이 원하는 자리로 옮기려 설득하고 이해시키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