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 마음=몸

몸이 외우는 것들만으로 산다

by 이숲오 eSOOPo

방음 취약한 공간에서 이웃집 피아노 소리가 정겹다


익숙한 멜로디를 같은 지점에서 자꾸 틀린다


수련 중인가 보다


악보를 바꿔 연주하는데 원곡보다 속도가 빠르다


초심자들에게는 속도가 자존심이기도 하다


자신이 감당할 정도의 스텝으로 가는 것이 보기 좋다


반복해서 내 몸에 새기는 일은 숭고하다


세포가 기억할 때까지

머리로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세포가 외우고 있는 것만 쓸모를 가진다


반복된 숙련과 지속적인 수련은 뇌를 무색케 한다


세포가 각자 스스로 연산하고 계획하고 처리하도록 몸의 메커니즘을 반복으로 재편성한다


머리까지 다녀와서는 해내지 못하는 일이 무수하다


사랑하는 일도

열정을 부리는 일도

지금 당장 글을 써 내려가는 일도


머리가 몸의 우두머리 같아 보여도

몸이 머리를 속이고 하기도 하고

진짜 중요한 건 머리의 결재 없이 하기도 한다


심장이 나댄다거나

어려운 이에게 손이 불쑥 내밀어진다거나


마음도 머리보다는 몸 쪽으로 쏠리고 있어서

마음도 반복적으로 잘 쓰지 않으면 머리에 종속된다


머리 < 마음=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