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하루

하루의 페달에는 제어장치가 없다

by 이숲오 eSOOPo

하루는 가파르다


일 년은 완만하다


숨이 넘어가듯 달려 다다른 곳이 겨우 밤이라니


곰이 산보하듯 걸어 도착한 곳이 세밑에 비하면


하루는 이십사 시간 편의점처럼 눈코 뜰 새 없다


눈은 감은 채로

코는 닫은 채로


글 한 줄 차분히 쓰지 못하는 여유로는 가소롭다


하루를 쓰다듬으며 말을 걸어볼 틈도 없었으니 아직도 시인이 되지 못한 이유를 비로소 알겠다


너는 난해하다


무수한 다수는 쉽다


매 순간 그리워도 너는 한 발짝도 장단을 못 맞추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엇박자로도 흥이 잘 섞인다


이게 무슨 조화이고 성화더냐


서로에게 빌린 시간들은 이미 납부한 건강보험료처럼 돌이킬 방도가 없어 기구하다


우리는 서로를 무턱대고 믿은 탓이다


믿을 대상이 인간이어서는 부당하다


우리는 단지 사랑만이 증여의 무기여야 하는데


자신도 감당못할 종국에는 절망으로 머리를 쳐박을 신뢰를 함부로 들이댄다


골목을 돌아가는 그림자의 등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저를 믿지 말고 사랑만 주세요


어떤 하루는

사랑도 모르면서 너를 믿었다고 말하는 이를 도저히 용서할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