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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04. 2024

허술한 하루

0662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잘 살아왔음을 부인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자 잘못 살아가지 않도록 다잡는 안간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을 쓰지 않을 때의 불안감을 마주할 때마다 불편해지는 것이다.


당연한 일도 매일 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어제 오른 산의 정상을 오늘 다시 오른다고 쉬울까.


미룰 일이 아닌데 마음이 분주한 날에는 하루의 막다른 골목길에서 조급해진다.


매일 가도 낯선 풍경은 글을 쓸 때가 유일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나를 이토록 부끄럽게 할 수 없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날마다 라이팅콜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글을 쓸 시간이에요! 어서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에 해낼 수 있는 게 글쓰기일지도 모른다.


털어서 면지 안 나는 이가 없듯이 쥐어짜서 문장 하나 못 만들어내는 이는 없다.


터는 수고가 귀찮고 짜는 시도가 번잡해서 아무 일도 없었을 뿐이다.


밤은 깊어가고

글은 기피하고

눈은 피로하고

의지는 굼뜬다


하루가 오늘의 그릇으로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범람했으니 놀라운 경우인데 글로는 표현이 불가하다.


구차해서일까

커다란 한숨이 허술한 갓 지은 가건물을 날려버린 탓일까.


어제로 넘겨야 굳건해지는 날들이라 오늘로는 다루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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