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디아워스, {THE} HOURS by 스티븐 달드리, 2002
[no 스포일러는 없다]
초대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파티를 장식할 아름다운 꽃을 사는 것은 가슴을 채우는 일인지 그 구멍을 더 크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꽃을 사면서도 타인을 위한 건지 자신을 위한 건지 모르니까요. 아니 모르고 싶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나와 내가 가라앉아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니까요.
세 여성의 삶을 각각 보여주지만 시간과 공간이 그들을 연결합니다. 1920년대 작가 버지니아 울프(니콜 키드먼), 1950년대 임신 중인 가정주부 로라(줄리안 무어), 2001년 출판 편집자 클라리사(메릴 스트립)의 하루 이야기입니다. 단 하루, 그들의 이야기가 한동안 저의 숨통을 쥐고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꽃은 직접 사야겠어요'
자신을 직면하고자 타인을 위해 꽃을 삽니다. 자신을 벗어나고자 물을 향합니다. 생명을 내주며 제대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지금의 자신과 원하는 자신의 차이가 극렬할 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극한의 깊이를 빛으로 극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정면을 똑바로 보면서 있는 그대로를 살아, 드디어 깨달아 온 진심으로 사랑한 후에야 그 삶을 단호히 중단할 자격을 갖는 거예요. 그런 거예요. 오랫동안 불확실한 시간들을 끌어올리며 시간의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그에 맞추어 충실히 살아냈다면 그래도 괜찮은 거예요. 그런 선택은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어요. 어떤 설명도 해석도 평가도 말입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집어 들어 주머니에 집착적으로 넣던 돌덩이들이 오래 마음을 눌렀습니다. 그녀를 이해해요. 일식의 금테두리 보다 월식의 붉은 기운을 향하고 싶습니다. 겉을 빛내기보다 끝까지 태워 뜨겁게 붉게 물든 채 스스로의 절정에서 단호한 삶을 향합니다. 그녀가 한 말을 기억합니다.
You cannot find peace by avoiding life.
삶을 대면하지 않고는 평화를 찾을 수 없어요.
부유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이 없었던 로라의 공허한 말이 가슴 아프게 합니다.
Everyone thinks she's fine... but she isn't.
모두들 그녀가 잘 지낼 거라 생각해...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
로라에게 버림받은 아들, 리처드는 클라리사의 옛 애인이며 시인이에요. 클라리사는 그의 문학상 기념을 위한 파티를 준비하며 꽃을 사겠다고 해요. 대체 네 삶은 어디 있냐는 리처드, 클라리사의 메시지는 처절합니다.
That is what we do. That is what people do. They stay alive for each other.
우린 그렇게 사는 거야. 그게 사람들이 하는 방식이라고. 서로를 위해 살아있는 거 말이야.
리처드를 위한 파티를 하겠다는 클라리사가 보는 앞에서 그는 창밖으로 뛰어내려 자살합니다. 그림의 틀같은 창에 잔상으로 남은 리처드를 오랫동안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걸 정면으로 바라봐야 하는 클라리사에 오열했어요. 동성애와 에이즈의 시대적 고립 요소가 없어도 충분히 고독하고 절망스러운 장면입니다.
자신을 위안하는 꽃과 타인을 위해 떠나보내는 꽃은 멀어지며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고, 자신이 향해야 할 물과 타인의 생명을 이어주는 물은 방향이 달라도 결국 만나게 됩니다. 1925년 버지니아 울프가 쓰고 있었던 소설, 'Mrs Dalloway'의 주인공 이름이 2001년을 살았던 클라리사와 같은 것처럼요.
스스로의 단호함은 거스를 수 없습니다.
사진 출처 - IMDB (Internet Movie Datab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