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적 만남

송두리째 흔들어주세요 나를

by 이숲오 eSOOPo

재작년에는 오늘 비가 내려 우중감상을 노래했고


작년에는 오늘 한반도가 말라 기우제를 노래했다


올해는 미세먼지가 비처럼 하루 종일 흘러내린다


자연은 순리대로 순환하지만 예측불가 패턴부정


반세기나 지나서야 보게 된 어느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사랑하는 어느 영화감독의 처녀작


그를 존경하고 깊이 이해하는 정도가 스크린에 덕지덕지 붙어 있다


오래전 그의 작품을 읽으며 도저히 영상으로는 담아낼 수 없으리라고 장담한 소설을 과감하고 적확하게 구현한다


한스케에서 벤더스의 내음이 났고

빔에서 페터의 속정이 묻어 나왔다


그가 아니었으면 화가가 되었을 거야


나의 운명마저 바꿀 누군가를 만나는 건 엄청난 기적이자 행운


우리가 어제도 살았으면서 오늘도 살려고 하는 것은 나를 송두리째 흔들어줄 누군가를 아직 만나지 못했으므로


깨우칠 도보다 미치게 만들 존재나 언어를 쫓는다


그것에 일생을 걸기도 하고 허비하기도 한다


오늘은 반세기 전 일어난 사건을 가슴 뛰게 목격했으니 다음은 내 차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