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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05. 2022

나의 초능력들 14

불편함 즐기기 : 과정에서 얻어걸리는 것들

편리함은 시간을 쥐어주고 무엇을 가져갔을까


나는 불편함이 나쁘지 않다. 때로는 편리함을 외면하고 불편한 프로세스로 나를 밀어 넣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공과금을 자동 이체하지 않고 지로로 납부한다거나 시간이 자유롭다면 마을버스 열 정거장 정도는 도보로 목적지까지 가기를 즐긴다. 그럴 때마다 시간을 낭비했다거나 능률적이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느낀 적은 없다. 결과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소모적이나 과정의 가치를 찾거나 만들어낼 수 있다면 시간의 손실은 다른 대체된 무엇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편리하다는 것은 많은 시간을 아껴준다. 시간이 곧 재화인 이 시대에 시간을 덜 쓰게 하면서 똑같은 결과물을 낸다면 그 차이를 비용으로 지불케 한다. KTX가 무궁화호보다 비싸지만 선호하는 이유의 맨 앞에는 더 빨리 종착지에 도착한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에게 공간보다 더 큰 제약을 지닌 시간을 다루는 것에 있어서 24시간으로부터 더 확장할 수 없다면 쪼개 쓰는 수 밖에는 없다. 더 빠르게 더 넓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우리는 '편리해졌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편리함과 신속함은 우리를 더 많이 자유롭게 하고 있는가.


편리함은 어떤 약속들의 결과물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발생한다. 불편함은 그야말로 그 약속의 부재나 약속의 체결 이전 양식의 터전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때 만끽할 수 있다. 그것을 기꺼워한다는 것은 룰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이며 룰 너머의 새로움을 찾아 나서겠다는 약속이다. 그래서 편리함에는 잘 닦여진 길들이 곳곳에서 친절하게 손을 내밀지만 불편함에는 어떠한 표지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질서 안에서 편리함이 편안함을 줄 때 무질서로 뛰어들어 불편함의 불리함을 끌어안는 것이다. 그것은 신세계이자 신우주의 발견이 된다.


늘 세상을 바꾼 건 편리함의 수혜자들이 아니었다. 편리함이라는 그 자체의 고착된 사고를 불편해하는 자들이 차원을 넘어서는 새로운 편리함을 창조했다. 마치 바둑에서 정석으로만 두는 기사의 최후가 불 보듯 뻔한 것과 같다. 정석이 아닌 수로 전략을 짜는 기사는 정석을 잊거나 몰라서가 아닌 이미 정석이 몸에 기억되어 있다. 그것만으로는 세상을 이길 수 없음을 먼저 알아차린 것이다. 편리만을 추구한다면 질서에서만 안정감을 가지는 시시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니 마냥 미소 짓고 팔짱 낀 채 있을 수만은 없다. 이내 권태로 빠질 터이니.


나의 초라한 능력은 불편한 몸짓들을 자주 놀린다는 것이다. 그것은 거꾸로 가자는 것이 아니다. 미개해지자는 건 더욱 아니다. 타인이 모는 좋은 자동차에 편안히 가는 것보다 내가 스스로 발을 구르며 모는 자전거가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하게 나를 어딘가에 옮겨놓을 테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나를 옭아매는 차를 버려야 비행기로 더 먼 곳을 갈 수 있지 않은가. 이 또한 모두가 뚜벅이가 되자는 문장으로 오독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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