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마시기 : 사소한 중독들에 대한 단상
중독은 죽음의 한가운데를 잠시 살아보는 것
중독이란 무언가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 그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무서운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탄수화물 중독, 니코틴 중독, 일 중독, 운동 중독 등 함부로 붙여 사용하지만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 가닿을 경우에만 중독이란 말이 유효하다. 그만큼 무언가에 빠져 있다는 것은 죽음에 입 맞추는 행위가 된다. 중독은 외부나 물질에 의존하는 상태다. 의존하는 것만으로도 주체적인 개체의 인간은 나약한 생명체로 타락하는 것이다. 그것의 부재가 생활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신체의 변화가 나쁜 쪽으로 흘러간다면 중독의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고 그것의 종착지는 죽음밖에 없을 테니. 그러나 우리가 법적으로 허용된 것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빠져 있다는 것은 대부분 중독이 가지는 특징 중 하나인 '지속적으로 찾는다' 정도이다. 그러므로 내가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은 중독보다는 오래된 습관에 가까울 것이다.
내가 가진 몇몇의 소소한 중독들에서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유일한 것이 커피가 아닐까 싶다. 마실수록 단맛이 커피의 진짜 맛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깊이 있는 '쓴 맛'을 찾아 마시게 되었다. 인생이 고단할수록 그 쓴 맛들은 오묘한 단맛으로 느껴졌다. 마치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며 시원하다고 소리 내는 그 옛날 목욕탕의 어르신들처럼 아이러니가 진정 삶의 민낯임을 알아가게 된다. 마시는 자세가 달라지고 마시는 소리가 사라지고 마시는 횟수가 늘어났다. 박카스보다 지친 몸을 활성화하는 듯했고 활명수보다 더부룩한 장을 소화하는 듯했다. 더 이상 카페인이 불면으로 협박하지도 않는다. 여전히 커피의 이름들과 콩의 원산지와 브렌딩의 원리를 모르지만 커피는 유혹적이고 비밀스러운 액체다. 그 알 수 없음이 중독으로 이끄는 것 같다. 나의 아무것도 망치지 못하는 이 소박한 중독을 만끽하는 것이 나의 초라한 능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