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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ug 07. 2022

나의 초능력들 15

공간에 머무르기 : 존재의 특권

공간이라는 유기적인 함수


인간은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한순간도 생각하거나 존재할 수 없다. 어쩌면 시공간도 인간이 만든 허상, 혹은 관념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시간과 공간을 의식하며 말하고 움직이고 하는 자신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다루고 배치하냐의 연속이 아닐까.


공간은 지나침과 머무름을 허용한다. 지나칠 때의 공간은 위용을 과시하는 외양으로 매료케 하지만 머무르는 시간 속의 공간은 아늑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기능으로 사로잡는다. 


개별의 공간에 있는 나의 다름을 믿는다. 공간이 기분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는데 그 리듬이 일치하는 불가능이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공간은 시간과도 결탁해 변화를 도모하기에 늘 같은 공간의 기운을 겪는 건 있을 수 없다.


공간 안에 머물게 되었을 때 공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공간의 가치와 역할을 반역하거나 거역하기도 하는데 이는 공간의 유기적 특징에 기인하는 것 같다. 공간은 분명 무생물로 이루어져 있으나 그 안의 존재들은 살아있는 경우에만 생기를 띤다. 빈집은 곧 폐허가 되는 것이다. 공간은 쓸수록 낡지 않는다. 흠이 나는 것은 공간의 나이테일 뿐 균열이 아니다. 오래도록 잘 머문 공간은 잘 살아온 한 인간을 보듯 경외감이 드는 것도 공간 또한 멈추지 않고 흐른다는 것을 반증한다. 좋은 공간은 좋은 사람과 같아서 혼자만 알고싶어 숨겨두기도 하고 함께 공유하기도 한다.


나의 초라한 능력은 공간으로 들어가 의식적으로 머물기를 즐기는 것이다. 지금도 공간에서 글을 쓰고 차를 마시고 있다. 잠시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것이고 본래의 공간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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