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31회

중심을 찾는 것이 소통의 시작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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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오늘은 몸으로부터 타인과의 소통을 시도해보는 일곱 번째 훈련을 해보겠습니다.

노인은 시간이 될 때마다 들러 자신이 프로젝트한 프로그램의 현장을 둘러보았다. 전체적인 구상은 노인이 했으나 구체적인 몸동작은 무용가의 조언을 들었다. 마침 참석자들과 진행자가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노인은 시낭송을 하면서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화두를 놓친 적이 없다. 늘 방법이 고민이었고 다양한 시도들을 무대에서 보였다. 그러나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 들었고 그것은 자신이 하는 낭송의 한계라고 여겼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점에서 다치바나 류스케라는 일본 영성 학자가 쓴 '중심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보았다. 노인은 인상적인 책 서문의 앞부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 속에서 우리 내부의 중심이 사라지고 있다. 타자와의 연결이 행복과 안정을 가져다 주지만 때로는 불안을 느끼게도 한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인가? 이는 자신의 대한 감각과 균형을 잃어버리면 타자와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연쇄적으로 붕괴되기 때문이다. 연결 자체의 문제가 아닌 내 중심의 문제다.


아. 답은 내 안에 있었구나. 소통을 위한 행위에만 집중했던 노인은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소통의 비밀이 내 안의 중심을 찾는 것이라니. 그것으로부터 타인과의 연결이 가능하다는 논리가 마음에 들었다. 그 후로 이론을 실제로 응용하는 다양한 구상을 했고 그 결과의 일부를 몇몇 시낭송가 양성 프로그램에 적용했다. 기존에는 낭송 자체에만 집중하던 훈련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노인의 몸을 활용한 훈련 방식이 큰 반향을 일으키며 병행하는 식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참석자들은 서로 마주 보고 눈을 감은 채 이마를 대고 두 손을 마주 잡고 서 있었다. 진행자는 참석자들 사이를 오가며 자세를 교정해 주면서 감정 없는 목소리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주 잡은 손과 마주 댄 이마를 하나의 원으로 상상합니다.

진행자는 마치 커다란 애드벌룬을 쓰다듬듯이 손으로 크게 원을 그렸다.

-하나의 이미지를 상상해서 상대에게 전달합니다. 물론 침묵한 채 생각만을 전달하세요.

그것은 동물이어도 좋고 하나의 추상적 단어여도 좋습니다. 서로가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경험해 보세요. 이미지를 보내는 분은 받는 분이 잘 받을 수 있도록 자세하고 섬세하게 그려주세요. 이미지를 받는 분은 신뢰를 가지고 온전히 마음을 열고 받아주십시오.

진행자도 침묵한 채 2분 후 알람 소리와 함께 모두 눈을 떴다.

모든 참석자들의 얼굴은 긴 묵상을 마친 사람처럼 엄숙하고 경건했다.

-선생님은 어떤 이미지를 전달받으셨나요?

진행자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의 팀에게 손짓을 했다.

-행복이요.

-아. 그럼 선생님은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셨나요?

-틀렸어요. 아가의 미소를 보냈는데....

그는 당황해했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자신이 무언가 눈치가 없이 반응한 건 아닌가 해서다.

-하하. 괜찮아요. 이건 텔레파시가 아닙니다. 그래도 전혀 다른 이미지는 아닌 것 같아요.

진행자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돌아가면서 이미지들을 대조했고 대부분 비슷할 뿐 일치하는 팀은 없었다. 노인은 지켜보며 내내 흐뭇한 무표정과 심각한 미소를 번갈아가며 지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알려하지 않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한 순간만이라도 누군가가 무엇을 생각하려 하는지 집중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다고 노인은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