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39회

매일이라는 기적의 기회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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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야구선수가 부러울 때가 있어요. 누군가 공을 던져주면 헛스윙을 하든 홈런을 치든 할 텐데.

오지도 않는 편지에 날마다 답장을 쓰는 기분이랄까. 텅 빈 원고지 앞에서 절망하고 막막한 적이 너무 많아요. 그건 작가의 숙명 같아요.

소년은 한 분야에서 대가를 이룬 이들의 인터뷰 방송을 휴대폰으로 보고 있었다. 인터뷰어는 글쓰기에 대한 비법을 물었다. 인터뷰이는 대한민국에서 그의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제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가다. 여전히 두 해가 멀다 하고 출간하는 왕성한 현역작가이기에 그의 답변은 겸손을 빙자한 엄살 같았다.


-날마다 글쓰기는 산을 오르는 일이에요. 이미 올랐다고 지금 수월하진 않아요. 어제의 산은 오늘의 산과 달라요. 분명한 건 한발 한발 땅을 밟아야 정상까지 간다는 사실 뿐이죠.

그도 그럴 것이 소년도 같은 경험이 있다. 같은 시를 일주일 동안 공연한 적이 있다. 매일 다른 관객들, 다른 날씨, 다른 기분, 다른 몸의 상태는 다른 무대를 만들어냈다. 같은 라인업으로 다른 스토리를 담아내도 흥미로운 무대가 되었다. 작가와 가장 근접한 행위를 소년도 하고 있는데 읽기다. 매일 아침 같은 산을 오르듯 소리 내어 읽지만 할 때마다 다른 어려움을 실감한다. 어제 편했던 발음이 오늘은 자꾸 틀리기도 한다. 이럴 땐 연습이 늘 발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날마다의 습관은 그 자체만으로도 힘이 셉니다. 아무리 작은 행위도 매일 하다 보면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걸 글을 쓰며 실감하죠. 그래서 매일의 좌절을 즐긴답니다.

좌절을 즐긴다고? 그건 떨쳐내야 하는 게 아닌가. 소년에게 부정성은 끌어안기에 부담스러운 대상이면서 수용해야 할 개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자신이 하는 행위가 창의적인 예술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존의 낭송 양식에 대해 불만을 품어야 개선을 위해 시도할 수 있다. 익숙해지는 것을 늘 경계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소년은 낭송이 편해질 때마다 라인업을 수정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마음은 편했다. 불확실성이 무대를 진부하지 않게 이어가는 가장 확실한 노하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