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시낭송이 필요하다 40회

때로는 생각이 장애물이 되기에

by 이숲오 eSOO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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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두 번 열리는 시민 문화 아카데미 시낭송반은 노인이 공을 들이는 수업이다. 수강층도 여고생부터 칠순의 공직 은퇴자까지 다양하다. 노인이 진행하는 시낭송 특강은 특별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강생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옷 발음이 잘 안 되는 30대의 회사원이 단점을 고백한 적이 있다. 타인 앞에서 말하기가 두렵다고도 했다. 심지어 스피치학원에도 다녀봤지만 소용이 없더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노인은 최대한 여러 발음들을 점검하기 위해 사소한 질문들을 두어 차례 하고는.

-혹시 막내인가요?

회사원은 눈을 크게 뜨고는 그렇습.. 맞아요.라고 최대한 시옷 발음을 의식하며 말을 고쳐 답했다. 노인도 처음에는 구강구조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전제로 그의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문제가 다른 곳에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어미라든가 말투라든가 억양에 무언가 어리광이 묻어 있었다. 노인은 커다란 모니터에 준비한 자료의 화면을 띄웠다. 스미스, 스타벅스, 서쪽 방향의, 산타 모리스 등 온통 시옷 투성이로 점철된 문장으로 구성된 문단이었다.

-음... 활자에 집중하지 말고 그림을 떠올리며 읽어보세요.

처음에는 쭈뼛거리며 머뭇하더니 회사원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영사기로 화면을 프레젠테이션하듯이 읽어나갔다. 아까 대화할 때에 말의 속도에 비해 현저히 느려진 채로 전체를 읽어 내려갔다. 그는 수줍은 듯 뒷머리를 긁으며 자리에 앉았다.

-어땠나요?

-잘 모르겠어요. 제가 어떻게 읽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아요.

노인은 그 사이 회사원이 눈치채지 못하게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을 강의실 음향시스템에 연결했다. 읽을 때보다 큰 소리로 스피커를 통해 나오자 회사원은 얼굴이 붉어졌다.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도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본 것은 처음이었다.

-여러분! 시옷 발음에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굳이 노인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하나 건너 시옷이 나오는 문장들이었다. 문장이 흘러나올 때마다 곳곳에서 놀라움의 감탄소리가 나왔다. 몇 개의 발음이 연음법칙을 무시하거나 구개음화하지 않아 완벽하지 않았지만 시옷 발음에 있어서는 이전의 회사원이 아니었다.

-우리는 때로는 자신이 정해놓은 생각에 갇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제를 외부에서 찾으려 하죠. 병원 갔다면 애꿎은 설소대를 잘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물론 실제로 혀가 짧아서 발음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실제의 혀보다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관심이 더 짧아 소리가 온전하게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죠.

저분에게 그 틀에서 벗어 나온 것을 축하하며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용기를 가지라고 박수 부탁드립니다.

수강생들은 자신의 일인 양 넉넉한 미소를 회사원에서 던지며 박수를 쳤다. 회사원은 일어나 연신 몸을 숙이며 동서남북 몸을 돌려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박수 사이로 들리는 회사원의 시옷은 투명하고 선명한 시옷 발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