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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02. 2023

어쩌다, 시낭송 084

주문하신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I    우리 지금 만나! 카페에서!


휴일엔 거리보다 카페가 혼잡하다.

테이블마다 차와 케이크를 사이에 두고 남자들이 수다 중이다.

둘러보니 오른쪽에도 남자 둘이 앉아 있고

대각선으로 남자 셋이 대화중이고

맞은편에는 남자 다섯이 폰을 들고 시끄럽다.

그러고 보니 나도 테이블 하나를 점령해서 자연스럽게 앉아 주위를 감상하고 있네.

카페 전체 테이블에서 절반 넘게 남성의 비율은

20세기에는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카페보다는 커피숖이 익숙한 상호명이었다.

남자가 실내에서 돈을 내고 차를 마시는 일은 소개받는 이성과의 자리에서나 있을 법한 경험이었고 그것도 잠시 서로의 탐색전이 끝나고 나면 서둘러 장소를 옮기는 그저 찰나의 공간.

이제는 남자들끼리 약속 장소로 당구장이 아닌 카페에서 만나는 일은 서로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현대 남성들의 여성화를 논하는 것은 섣부르다.

몸의 활용과 쓰임이 역동성에서 정적으로 변하는 것과 더불어 그들이 어슬렁거릴 공간의 부재도 한몫 거든 탓일 게다.

좀 더 고민해 들어가면 사회학적인 관점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유추할 수 있을 텐데.

예전에는 남성들은 집단의 무리에서 자아정체성을 찾기 수월해했으니 그들이 유목하는 곳은 광활한 운동장이 적합했고 둥그런 물건 하나 던져주면 해가 떨어질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래야 살아 있는 것 같았고 남자의 본분에 충실한 듯했고 하루가 보람찼다.

요즘은 경쟁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되었으며 자신을 끝없이 독려하며 소진하면서 각자의 해소/단련공간이 전보다 협소해진 것은 아닐까 거칠게 추론해 본다.

여성들은 20세기의 그들과 비슷하거나 더 월등하게 아름다워지고 더 여성스러워지는 반면에(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

남성들은 20세기의 그들보다 더 남성스러워졌는지는 모르겠다. (남성 비하는 아니니 오해마시라!)

아무튼 여성들만의 공간에 남성들이 늘어나고

남성들만의 공간에 여성들이 나타나는 것은 어떤 사회학적 현상이 작용한 탓일까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II    성 금요일 음악회


금요일 행사의 리허설이 휴일 오후에 있었다.

나는 연주 사이사이에 낭독을 하는 내레이터.

19세기 작곡가 

구노 Ch. Gounod의 애가 Gallia 와 

세자르 프랑크 C.Franck의 가상칠언 Lex Sept Paroles du Christ en Croix. 

작곡한 지 백 년 만에 발견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초연이라고 한다.

용서, 약속, 동정, 고독, 곤궁, 해방, 순종 등을 노래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선율과 정교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곡이다.




III    파도 위엔 고깃배가 오락가락 떠다닌다


https://youtu.be/sdzZM5ULYg0

가고픈 마음은 오래도록 꿈 속에 있네_신사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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