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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Apr 27. 2023

마감의 느낌

0319

원고 마감의 경험은 전무해서 그 치열함을 맛보려고 하루의 끄트머리에 브런치를 켠다.

아무도 내 글을 기다리는 이도 없는데

아무도 오늘도 빠짐없이 쓰라는 이 없는데

연속의 여정에서 하루를 비우는 것이 안 내켜

마감의 기분도 체험할 겸 이 지경을 연출한다.

시간은 마감으로 달려가고 나의 엄지는 춤을 추고.


마감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마감이 없으면 매듭지어지지 않는 시험공부라든지

출간을 약속한 원고들

내일 발행하는 기사들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

브런치가 스토리의 꼬리를 달고부터는 스토리가 거슬렸다.

스토리는 계속되어야 살아있기 때문이다.

멈추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니 연속된 삶에서 스토리는 긴밀하게 연결된다.

그 연결을 배반하지 않으려고 마감을 기꺼이 수용해야 한다.

사실 글을 쓰는 것은 나와의 마감을 지키는 것.

내가 종용하고 내가 압박하는 자발적 마감이다.

마감이 촉매가 되어 글은 더욱 탄력을 가진다.


타자가 아닌 자신에게 던진 문제를 푸는 건 오른손으로 오른팔을 긁는 것과 같이 어렵다.

부자연스럽고 불가능하지만 몸의 구조를 평상시와 다르게 뒤틀면 못할 것도 없다.

상상으로는 안될 것 같은 가능한 일들이 얼마나 무수한가.

그 은하수처럼 나에게 날마다 쏟아져 내리는 언어의 우박들을 놓치지 않고 받아 담기 위해서라도 마감의 덫에 몸을 던지리라.

마감과 마감 사이에 피는 꽃들의 향기는 나도 모르게 매일 품어내는 삶의 향기이니 어찌 둔감할 수 있으랴.


오늘은 마감이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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