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취미가 무어냐 물었을 때-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 누가 취미나 특기 따위를 묻다니! 헐-
구름을 모은다고 했다.
때로는 그 구름들을 포르말린에 담가 액체상태로 보관하거나 박제를 한 후 핀에 꽂아 고체상태로 보관하기도 한다고 친절한 설명을 첨부하기도 한다.
이러나저러나 구름은 시시각각 변모하기에 어떤 순간을 포착하느냐는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유의미한다.
자칫 아름다운 형상에 취해 잠자리를 타고 하늘로 솟구쳐 손을 뻗어 구름을 잡는 날에는 구름 과자의 연기처럼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것이다.
냄새가 없지만 무수한 내음을 품고 있어서 코를 가져다 대는 이의 마음에 따라 각각의 향기를 발산한다는 사실은 구름 수집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다.
대충 구름을 바라보는 이들만이 '흘러간다'라고 함부로 말하는데 이는 틀렸다. 만약 그랬다면 구름이 아니고 '흐름'이라고 불렀겠지. 쳇.
자세히 한참을 끈기 있게 바라보면 구름은 구르고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이에 대한 보고서는 나의 두 번째 책에서 자세하게 언급한 바 있다. 올여름 출간 예정!!)
눈은 구르면 덩치를 키우는데 구름은 구르면서 자신의 일부를 떼어내며 몸뚱이를 줄인다.
그래서 버림의 미학은 구름으로부터 벤치마킹했으며 미니멀리즘이 처음 사용된 1960년대 단순함의 미적 사조를 통칭해 '클라우디즘 Cloudism'이라고 할까 2시간 28분 정도 고민했다는 이야기는 어제 뭉게구름과 새털구름이 은밀하게 얘기하는 것을 우연히 엿듣고 알게 되었다..
구름은 스스로 위력이 필요하면 그때서야 몸집을 키워 우렁차게 포효하고 세상을 호령한다.
구름 수집가의 초대 회장은 생텍쥐베리였다.
그가 인수인계 없이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영원한 회장으로 남아 있지만, 그가 취임사로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 있어서 소개할까 한다.
완벽함이란 더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됩니다
완벽한 구름을 찾기 위해 떠난 그의 마지막 비행은 구름이 커다란 아가리가 있다는 '구름동물설'과 같은 항간의 속설을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구름 수집가들이 싫어하는 말은
"뜬 구름 잡는 소리 하고 있네!"인데 막연하고 허황된 얘기를 이것에 빗댄 것이 못마땅한 것은 다름 아닌 구름은 가라앉은 구름이란 게 없다는 거다. (가라앉아 구름같이 보이는 것은 안개일 게다.)
구름은 뜬 구름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름 같은 이야기는 상상만 가능한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란 말인데, 과연 눈에 분명히 보이는 구름이 어찌 없는 것이냐는 것이 수집가들의 반론이다.
나는 구름 수집가다.
뭉게구름이라고 부르는 적운 Cumulus도 좋지만, 말꼬리 mare's tail라고 불리는 권운 Cirrostratus을 더 좋아한다. 모양은 풍성하지 않지만 이 녀석은 좋은 날씨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호감이고 구름이라면 뻔한 흰색뿐만 아니라 밝은 회색, 분홍, 주황 등 다양한 색을 뽐낼 줄 안다.
오늘은 적란운 Cumulonimbus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졌다. 녀석의 덩치는 겁먹게 하지만 귀한 비를 선사하니 미워할 수만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