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May 07. 2023
슬픔이 밀려올 때에는 시옷에 기대 봐.
서쪽 하늘을 보고 서서 사슴을 생각하지.
서서히 슬픔은 싱거운 사사로움 뒤로 사라지고
새삼 소년이 되어 시냇물가를 산책하는 상상을 해.
숲에는 사자와 숫염소가 함께 뛰놀고
산에는 새들이 날아와 소리 내며 내 어깨에 앉아.
승리도 없고 실패도 없는 그런 날을 꿈꾸지.
시원한 바람이 불고 서글픈 바람은 사라지는
새로운 곳에서 수줍게 숙녀는 인사를 건네네.
술기운에 취하지 않아도 신나는 기분이 들곤 해.
사람은 생각하는 사이즈대로 살아가잖아.
설계가 좀 신박하지 않으면 어때?
신선한 시선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다가올 거야.
쓸쓸함이 밀려올 때는 사랑에 기대 봐.
서서히 그 마음도 씁쓸하게 식어 가겠지만
서운하게 하는 것도 설레게 하는 것도 사람이잖아.
쓰러져도 사라져도 사랑에 승부를 거는 게 좋겠어.
시답잖은 소리라고 싫은 기색을 해도 어쩔 수 없어.
삶의 스승 같은 모든 신조들은 사랑에서 쏟아졌지.
새삼 쑥스러워서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시옷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소중한 속엣말들을 하나도 못했을 것 아냐.
신시어리 Sincerely! 시옷에게 생큐!
시옷의 쓰임이 남다른 것에 세종대왕은 대우를 해.
시옷을 한글 자음 7번째에 둔 것이 이걸 증명하지.
숫자 7 또한 세븐이니 시옷의 연결을 염두한 거지.
게종 헤종이 아닌 세종이라 부르는 것도 알겠지?
시옷을 누구보다 애호했다는 게 설득이 되잖아.
이쯤 되면 알아차리게 될 거야.
시옷의 슈퍼울트라 성능을 말이야.
시옷이 없는 우리말을 상상해 봐.
생각의 30%도 스케치하지 못할 거야.
삼가 시옷을 시나브로 숭배해!
슬슬 독자들의 승질이 올라오기 전에 사라져야지.
추신
수요일 석간신문에 기사가 날 것 같아.
새벽마다 습관처럼 승마복을 입고 스쿼트를 하고 생고기를 씹으며 수필을 써 나갈 테니.
실제로 보게 된다면 꼭 보내줘 내가 술 살게!
그러니 그대도 시옷에 기대하고 기대 봐! OK?
♤선데이 상쾌한 새벽에 숲오가 쓰고 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