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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y 08. 2023

새벽이 스승

0330

아침이 친구라면 새벽은 스승이다.

새벽에 깨어 있다면 하나의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새벽의 스승을 맞이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밤으로부터 이어지는 새벽은 B급 스승이고

잠에서 깨어나 맞는 새벽이야말로 A급 스승이다.

불면의 수동적 새벽 맞닥뜨림보다

이른 기상의 능동적 새벽맞이를 참스승으로 본다.

여기서는 A급 스승만 언급하기로 한다.

새벽은 하루의 생리적 바이오리듬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영적 에너지를 배급하는 시간이다.

몸에 대한 서비스는 잠든 채도 제공받을 수 있으나

내면에 관한 서비스는 눈을 떠야 수령가능하다.

이때 무엇을 하느냐가 관건이다.

신체를 이른 아침에 사용했을 때 개운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이미 활성화되고 수면으로 회복된 육체는 움직이자 그 효능을 맛보는 것이다.

새벽에 움직여 좋아진 것이 아니라 좋아진 걸 몸을 움직이기에 적극적으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약수터의 물을 마셔서 건강해진 것이 아니라 이미 좋은 상태를 찬 약수가 뒷북을 치는 것이다.

그러나 새벽의 내면은 차원이 다르다.

다른 시간대보다 순도가 높다.

기억과 창의, 상상의 스펙트럼이 무한대로 증폭한다. 이것은 신이 인간에게 준 비밀병기다.

자신의 사용설명서를 꼼꼼히 읽어본 이들만이 새벽의 효능감을 알고 적용한다.

새벽은 스승의 기능이 막강해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배울 것들을 노다지로 지천에 깔아놓고 시작한다.

우리는 그저 주워 담기만 하면 된다.

이때 이것을 줍겠다고 커다란 집게를 가슴에 품고 잠드는 우를 범하지 마라.

새벽의 스승이 뿌려놓은 보물들은 보통의 사물을 파지 하는 방법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 가끔 새벽에 당도하고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안타까운 이들이 있다.

새벽에서의 스승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1단계로 정좌한 채 호흡을 고르게 하고 내면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 질문의 화두를 단단히 붙이는 것이다.

이때 실수로 어설픈 답지를 붙여선 헛일이 된다.

2단계로 발이 아닌 손을 사용해 필사를 하는 것이다.

손으로 글을 쓰는데 마음이 조율되는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

최종단계는 비밀로 하고 싶지만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준 것에 감사해 그대에게만 공개한다.

새벽을 가장 완벽한 스승으로 만드는 방법은 브런치 스토리를 켜고 글을 쓰는 것이다.

독자를 불특정 다수로 하지 않은 단 하나에게 전하는 -그 하나가 자신이어도 좋다-나의 리듬으로 엮은 진수의 언어를 적어보라.

흐릿한 새벽이 환히 밝아지고 보잘것없다 여겼던 나보다 더 큰 내가 이 순간 느껴질 것이다.

새벽의 스승은 함부로 가르치려 하지 않으나 나를 성장하게 하는 지혜를 가지고 있다.

날마다 새벽을 만난다는 건 그래서 기적 같은 선물이 된다.

이래서 자꾸만 새벽을 달콤한 잠으로 맞바꿔 낭비할 자신이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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