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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참 좋다.
[다:타]
소리 내 보니 더 좋다.
어떤 사물이 다른 사물에 맞붙어 사이에 빈틈이 없게 되다
'접촉'보다 '닿음'에서 온기가 더 느껴진다.
접촉은 순간의 맞닿음이고 닿다는 조금 더 여유로운 접함이다.
'다'와 '다' 사이의 히읗이 짓궂고 앙증맞다.
글자모양이 독특해서 자꾸 볼수록 더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맘에 든다.
서로의 몸이 닿을 때마다 소리가 아련하게 울리는 듯하다.
돵.돵.돵.
무엇이 어디에 목적한 대로 다다르다
닿기 위해서는 움직여야 한다.
'무턱대고'가 아닌 '목적대로'이다.
시작부터 도착지를 꿈꾸어야 닿을 수 있다.
닿으려면 여기에서 저기로 넘어가야 한다.
닿는 것은 지금을 닳아 없애며 미래를 낳는 일이다.
제대로 닿고 나면 알게 된다. 더 나은 목적지를 향하고 있는 나를.
무엇이 정도나 범위에 정확히 이르다
닿음이 이토록 정확함을 전제하고 있어서 좋다.
어느 지점에 정확하게 미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어설프게 다다르지 않아서 너무 고맙다.
날마다 잘 닿기 위해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내 안으로 닿기 위해
정확하게 세상으로 가 닿기 위해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또는 둘 이상이 통해 서로 관련이 맺어지다
닿음은 관계 지어짐이다.
막연한 것이 아닌 충분한 교감 후의 관계가 있어야 그와 줄이 닿는다고 말한다.
요즘처럼 느슨한 관계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닿는 사람'은 얼마나 귀한가.
전화기를 예전보다 더 오래 품고 다니지만 수시로 닿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닿는 사람은 여러 가닥으로 잘 땋은 머리처럼 단정하고 단단한 관계이다.
소식이 사람에게 전해져 이르게 되다
닿음은 소통과 연결이다.
닿는 것들에는 간절함과 설렘이 묻어 있다.
기도하게 하고 기다리게 한다.
지금 내게로 나도 모르게 닿으려는 것들을 상상해 보라.
밤마다 쏟아지는 이미 사라진 별들의 빛들이 그러하고
세상의 집배원들의 가방에 들어있는 손 편지가 그러하다.
모든 닿으려는 것들은 닿는 순간 모두의 심장을 터뜨린다.
돵.돵.돵.
|덧말|
세상이 외로운 건 제대로 닿아야 할 것들이 닿지 않아서다.
글이 써지지 않는 것은 내 안으로 고스란히 닿지 않아서다.
오늘 하루도 온전하게 닿고 정확하게 닿기 위해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