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고 안 보이고의 차이일 뿐 시간도 차지할 수 있다. 내가 주도하지 않으면 이내 외부의 상황이 내 시간들을 점령하고 만다. 발레리가 말했던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으리라. 내가 시간의 주도권을 행사하며 살지 않으면 금세 시간에 끌려다니며 살게 될 것이다. 한 명의 참석 예정자가 갑작스레 못 온다고 남긴 메시지를 단체 대화방에서 보자 소년은 시간에 대한 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것이다. 리더는 동요하지 않은 듯 직접 잎차들을 우려 내놓았다. 분위기가 정돈되자 리더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회 규칙을 발표했다.
-이 대회는 전통적으로 시 낭독과 시낭송의 두 부분을 본선에서 심사합니다. 낭송만 익숙하신 분들은 낭독에 대한 준비도 병행해야 하는 거죠.
소년은 낭송과 낭독의 차이가 단지 암송 유무가 아닐까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보느냐 안 보느냐의 차이라면 그저 낭독은 낭송의 전단계일 뿐이지 않은가. 대회에서 과정을 평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쉬 납득이 되지 않았다. 멤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듣기에 흐름을 깨고 싶지 않아 침을 삼키듯 넘겼다.
-시낭송은 여러분이 예선에 제출한 시와 동일하지만 시 낭독은 대회 당일에 발표합니다. 이것 또한 형평성을 위해 20명의 시가 모두 같습니다. 이 부분은 운이 작용할 수 있겠군요.
어느새 카페 창 너머 거리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고 그만큼 상대적으로 실내는 낮보다 밝아지고 있었다. 비어있는 테이블은 거의 차 있었다.
-그럼 낭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요?
이번 본선 무대가 세 번째라는 멤버가 눈치를 보다 작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
-우선 여러분이 희망하는 일자로 연습 일정을 정할 거예요. 허나 연습은 모두 공개적으로 진행됩니다. 이번에 탈락한 분들도 의미 있는 기회니 동참하는 걸 이해해주세요. 그때 낭송과 낭독의 차이를 자세하게 알려드릴게요.
이어 리더는 여러 장의 프린트물을 넘기며 준비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시치미 멤버들을 제외한 본선 진출자들의 이력들은 화려했다. 테이블에서부터 경험치로 줄을 세운다면 우리는 카페 문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리더가 농을 하자 모두 합창하듯 웃었다. 소년은 웃으면서도 걱정은 마음속에 굳게 정박한 배처럼 울렁거리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