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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07. 2023

더 잘할 다짐

0360

이제부터는 더 잘해보고 싶어 졌어요.

이전에도 잘하려고 노력을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다시 옷깃을 여미고 싶어 졌어요.

옷깃이 없는 옷이라면 옷깃을 달아서라도.

그런 때가 있잖아요.

어디론가 떠나기로 하지 않았는데 마음이 살랑거리는.

그건 아마도 내 몸 어딘가에서 날개가 새싹처럼 자란다는 거죠.

땅을 딛고 높이 솟아올라 보면 알겠죠.

내려다보는 세상은 딛고 보는 세상보다 시간이 더디 가는지.

상대적으로 위치에너지가 달라지면 나이도 어려진다는 가설.

어디에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언제인지 기억할 수 없는 시간으로 되돌리고 싶어요.

말이야 막걸리야 라고 핀잔주는 친구와 헤어질래요.

말이야 바른말이지라고 직언하는 친구가 손을 흔들어요.

더 이상 문자로 싸우지 않을 거예요.

문자에는 싸우면서 튀는 침도 없고 미워서 꼬집은 손톱자국도 남지 않아.

후회는 항상 나의 흔적과 상처에 빨간약 바르면서 해야 하는 건데.

화해는 늘 상대의 볼에 붙은 반창고를 떼 주며 하는 건데.

그의 하얀 얼굴이 내 앞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나타나는 것이 화나요.

어제는 돈가스를 먹기 위해 영화를 예매했어요.

한 가지 이유로 다른 장소로 혼자 가는 건 너무 느슨해요.

영화를 잘 감상하기 위해 돈가스의 고기를 곱게 썰었어요.

너무 집중하는 꼴이 한석봉의 어머니가 떡을 써는 것과 같아.

옆 자리에 주문을 기다리는 남자가 전생에 한석봉이냐고 물으려다 그만.

첫 번째 썬 고기를 핑크솔트에 찍는 것은 징크스예요.

삼의 배수마다 베트남 고추를 체리를 먹는 방법으로 먹어요.

영화 볼 때에는 텅 빈 극장일수록 구석진 곳에 앉아요.

엉덩이가 가장 덜 닿은 의자에 핀 이끼를 쿠션 삼아 앉기 좋아서요.

문득 감사할 분이 떠올랐어요.

저의 2년 전 졸저를 읽고 기사를 써 주신 려원 님! https://brunch.co.kr/@gktkfkd04tkah

내용보다 문장의 느낌을 포착해서 적어주셨어요.

냉정한 따뜻함이란 것이 이런 걸 두고 말하지 않을까 봐요.

제목의 함정을 잘 벗겨내고 속살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감지해 주셔서 놀라며 즐거웠어요.

심지어 글을 쓴 제가 제 책을 다시 읽고 싶어 지더라니까요.

아! 그냥 려원 님의 기사 글을 직접 보시는 것이 저의 부족한 감상보다 낫겠네요.

 https://brunch.co.kr/@gktkfkd04tkah/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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