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고해소의 신자처럼 한 주간의 일들을 고백했다. 이미 저지른 일을 허락을 구하는 투로 말하는 건 노인의 언급에 따라 계획을 엎을 수 있다는 여지가 담겨있다. 노인은 조언을 하려는지 응원을 하려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다. 카페 노래가 가사 없는 연주곡으로 바뀔 즈음에 노인은 입을 뗐다.
-시와는 달리 낭송을 한다는 것은 나름의 고유한 쓰임이 있네. 그것을 고민해 보게.
소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낭송이 무슨 용도가 있을까. 집으로 가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본선에 도전할 시의 추천은커녕 더 큰 숙제만 받아 든 것 같았다. 시낭송의 쓸모를 검색하려다 새로운 메시지가 보인다. 낭송 모임의 리더가 보내온 축하 메시지다.
-첫 도전인데 대단해요. 본선도 응원합니다. 축하드려요. 수요 낭송 모임 시치미 대표가!
답장으로 보낼 문구를 저울질한다. 감사의 인사로 할까 낭송의 쓰임에 대해 물을까 하다가,
-시치미 덕분입니다. 감사해요.
시치미. 이 모임의 이름이 소년은 마음에 든다.
시가 아름다움을 다스린단 말이 그럴듯하게 들렸다. 그래, 낭송은 아름다우면 된 거지 무슨 쓰임이 있단 말이야. 다음에 노인을 만나면 반박해야겠다고 소년은 가볍게 다짐했다.
다시 관심은 본선 출전할 시 고르기로 옮겨갔다.
타대회 역대 대상 수상자들의 작품 리스트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소년은 나름 선별 기준이 분명해졌다. 보이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은 당최 스스로 납득하기 어렵다. 타인의 선택이 나의 선택보다 견고해 보이기도 해 자연스레 고민이 사라졌다. 자정 즈음 소년은 수많은 수상시 중에서 세 편의 시를 솎아내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