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Aug 26. 2023
좌석에 앉으니 앞 좌석에 문장이 있다.
마음을 잇다
코레일의 슬로건이다.
열차로 사람들 마음 사이를 연결하겠다는 의미로 거칠게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열차를 매개로 하는 것의 이음의 의미보다 열차처럼 계속 이어서 끊어지지 않게 한다는 비유로 보는 것이 합당해 보인다.
이는 잇는 것을 단발이 아닌 지속의 의미에 더 가깝게 뜻을 내포하므로 그러하다.
왜 소리 낼 때의 오해를 의도적으로 감수했을까.
있다는 읻다, 있다, 잊다와 발음이 같다.
목적격 조사 다음에는 동사가 불가피하기에 잊다만이 겹친다.
잊다를 망각으로만 보자면 부정적이지만 복잡한 마음을 잊게 한다고 보면 이것도 열차 여행의 긍정적 선효과로 볼 수 있다.
형용사의 동발음이어인 읻다도 '좋다' '곱다'는 뜻이니 좋은 마음과 고운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점에서 무관하지 않다.
마음의 있고 없음은 우발적 여행의 성격과 맞닿으니 '마음을 있다'는 비문이지만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잇다'를 형태상의 유별남에 주목하자면 잇다의 시옷은 사람 인人 자를 연상시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을 더욱 견고하게 암시하는 듯 상상된다.
코레일이 마음이란 단어에 단단히 꽂힌 것 같다.
2023년 9월 1일부터 무궁화호를 대체할 열차등급으로 Itx-마음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마음의 색깔로 검은색과 붉은색을 정한 점도 흥미롭다.
조만간 '마음' 속으로 들어가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날을 그려본다.
그 마음이 나를 어디로 이어줄지도 기대된다.
참!
잇다를 유사 발음 단어와 명확하게 구분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잇다를 소리낼 때 조금 길게 해주면 정확하게 구분된다.
마으믈 읻: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