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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27. 2023

고통의 종료

타인이 끝내는 나의 고통, 그리고 새로운 다짐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고통인데 내 손으로 건드릴 수도, 들어가 헤집어 볼 수도 없는 두려움은 오래 나를 그 주변에 머물게 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거짓말이야.




5년을 행복하다며 머물다 느닷없이 강퇴당한 그 카페 충격을 흡수하며 잘 지내기엔 나는 참 작은 사람이었다. 슬픈 사람이었다. 내게 상처 준 사람을, 아니야 아니야 만나며 억지로 힐링을 구걸하던 참담함이 이제는 다 떠올라버렸다. 아니, 다 떠올려 버렸다. 떠날 사람은 떠나도록 허락한다.


지난 6개월, 나름 체계적인 힐링 프로세스를 걸어왔다. 사람들을 만났고 글을 찔끔대며 썼고 나를 아껴주던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고개를 더 들어 살폈다.


3개월 전 '나를 위한' 브런치를 차렸으며 조금 더 진지한 글쓰기를 시작했다. 순전히 나를 위한 글이었고 조금씩 상처 딱지가 말려 올라오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고 글을 만났다, 책을 만났다. 책은 나의 동굴 안식처다.


1개월 전 사람들 속으로 겁 없이 들어갔다. 다양한 진지함의 세계에, 그 낯섦에 어쩔 줄을 몰랐다. 잘 온건가. 서로 글을 맞추며 인사를 하고 줌에서 압착 버전으로 만나며 신기한 세상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써둔 원망과 고발성 비명 같은 글들이 부끄럽게 여겨지기 시작한 지점이다. 덮을까. 노. 상처를 굳이 덮을 필요는 없어.


여전히 징징대던 내 글이 부른 댓글에 나는 숨이 멎었다. 강퇴당한 게 아니라 네가 그들을 강퇴시킨 게 맞다니깐! 남들은 그냥 지나쳤을 그 댓글에 나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제3의 대상으로부터 고통의 제1 인물을 벗어나게 되었고 무심한 시선이었을 제2 인물들을 향한 슬픈 독백을 중단했다.


브런치 밥상이 고기 사 먹어라 바뀌면서 지난 열흘동안 글쓰기 보따리를 더 편하게 풀 곳을 찾고 있었다. 자유를 줘. 선택권을 주라고. 방법이 뭐지? 보냈던 질문은 탈퇴하는 방법으로 되돌아왔고, 더 진지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지금이 적절한 기회인지도 몰라. 모든 게 아직은 낯설고 어설픈 지금, 어떻게 이별을 할까.


이게 최선일까.


나를 그럴듯하게 합리화시켜 눌러앉게 만들 하늘의 구멍은 다급한 절실함에 삐끔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브런치를 시작하며 아무런 제안을 받지 않겠다 클릭 중이다. 내가 그런 그릇이 아니란 건 내가 가장 잘 아니까. '하고 싶은 거만 하고 살 테다'라는 터무니없는 아집 중이다.


생각을 늘어놓기도 전에, 말하기도 전에, 이미 행동부터 하는 위험한 습성은 여전했다. 내 인생 마지막일 수도 있을 그 제안을 클릭해 버렸다. 나는 이곳에서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이별을 하지 않아도 돼서 기쁘다.




엄마! 사람들은 엄마가 글을 쓰고 댓글을 다는 것처럼 그렇게 공들이지 않아. 엄마가 상처받을까 봐 나는 항상 걱정이야. 너무 시간 낭비하지 마. 글 쓰는 사람들 중엔 이상한 사람도 많대. 글에서만 생명이 있고 현실에서는 바보 같은 그런 사람들 말이야. 세상 밖으로는 나오기 싫어하고 글만 쓰는 그런 사람들 말이야. - 딸 아이의 진지한 충고




내가 바로 그런 사람, 글만 쓰고 싶은 이상한 바보다. 이제는 세상 밖으로 채비하는 중이다. 열심히.



참고문헌 - 이숲오. (2021). 성우의 언어. p.76-77. 시간의물레.

#라라크루5기 (2-3) #라라라라이팅 내 고통을 타인이 끝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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