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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14. 2024

재의 수요일

0612

이른 아침 재를 머리에 얹었다.


오늘부터 사순 시기가 시작되었다.

부활절까지 46일간의 기간이다.


천주교는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이마에 바르는 예식을 한다.


이때의 재는 지난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운 것이다.


이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말씀을 깨닫고 묵상한다.


이를 실천코자 금육과 단식을 함께 지킨다.


사제는 머리에 재를 얹으며 이렇게 기도한다.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


한없이 부끄럽고 낮아지는 순간이다.

가만히 멈추어 서서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한다.


죽음일 게다.

유한함을 겸허하게 상기한다.

오만, 자만, 경솔, 시기, 질투, 증오들을 움켜쥘 자신이 없어진다.

모두 내려놓고 납작 엎드려 기도한다.


마흔여섯 번의 참회를 해야 한다.

마흔여섯 번의 껍질을 벗어야 한다.

마흔여섯 번 다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봄에 사순 시기가 있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만물의 역동에 맞물려 나도 달라지지 않으면 새롭게 꽃 피울 수 없음을 경고하는 것이다.


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렇게라도 고통과 단련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귀한 것들은 대부분 시간의 숭고한 향기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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