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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Feb 15. 2024

비정상 정상

Abnormal Normal'cy' - 비정상인 정상'씨'의 만남

교과서가 정상인 줄 알고 귀 기울이던 때가 있었다.


문득 시간을 정하고 약속하고 만나기로 하고 만나면 인사하고 인사하면서 웃고 웃으며 친해지고 친해지면 또 만나고 만나서 안아주고 안아주며 뜨거워지고 속 마음 털어놓고 서로 위로 공감하고 눈물로 치유하고 사람 하나 얻고 믿는다.


그런 게 정상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부터가 잘못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나중에야 가슴 친다.


만남을 위한 의식의 괜한 들뜸은 나를 바로 출발하지 못하도록 내 실수를 들춰냈다. 새벽 네 시, 이제는 내게 익숙한 정상이 되었건만 '혹시나'하는 천만다행의 변수가 나를 유턴하게 하고 실수를 수정하게 했다. 마치 만남 자체를 조금만 더 지체해 두고 한번 더 생각하라는 듯. 만남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이른 새벽의 가장 신선한 수정 자료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신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정상적이었을 만남을 향한 출발은 삐그덕거렸다. 비정상으로 시작하는 정상을 향한 돌진이다.


수많은 겹겹의 삶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만 같다. 내 안의 인터스텔라가 무한 반복 상영 중이다. 정하고 실수하고 수정하고 연습하고 다시 정하고 또 실수하고 계속 수정하고 뜨겁게 달구어져 예행연습을 한다. 두려운 데자뷔의 기억들이 또렷한데 내 너덜대는 삶이 가치를 찾아간다고 기어이 믿고 싶다.


새벽 네시부터 시작해서 밤 열한 시쯤 종료한 운전에, 마음 닿는 휴게소마다 주저앉아 글 쓰고, 고속도로에서까지 네비를 거역하고 다른 출구로 빠져나와 개고생 했던 하루가 정상은 아니다. 왜 나는 정상스러움을 거역하고 비정상으로 진입하는지 참 이상한 비정상이다.


새 하얀 페인트의 화려한 대저택 같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100에 가까운 미세먼지 농도에 식겁하여 더 오래 해도 될 만남을 갑작스럽게 중단했다. 그 푸짐했던 샐러드에 초미세먼지까지 말아먹었겠지.


그렇게 벌컥 중단된 만남은...


다음 시간을 정하지 못했으며, 다정하게 인사하며 헤어질 수 없었고, 친해졌다기보다 사람을 가려 만난다는 느낌을 전했으며, 엉거주춤 차에서 내려 꽉 안아주면서도 마음까지 닿지 못해 안타까웠다. 우리는 속마음을 열고 위로 공감으로 스스로 치유하며 내 앞의 타인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징징대며 끌어당긴 두 번째 만남은...


눈 맞춘 첫인사를 어떻게 했는지 기억에도 없고, 거친 샌드위치 빵가루를 옷 앞자락에 휘날리며, 허무한 웃음에 미안함만 가득하고, 그래도 굳이 다음 만남을 위한 시간을 정하며 찐득한 시간을 닫았다. 언제나 어색한 시간을 익숙하게 연마하고 싶은데 여전히 그 방법은 오리무중이라 이 만남도 미완성으로 밀봉했다.


24 마이너스 5 = 19시간의 어제, 내가 비정상이니 결국 비정상으로 마무리한 하루였다. 정상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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