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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Feb 15. 2024

호프스태터

0613

더글러스 호프스태터가 서른네 살에 쓴 GEB:EGB는 반 세기 가까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신박한 책이다.


새롭고 놀랍거니와 신박하다의 본디 뜻인 독서 후 여운이 내 안에 이틀 밤을 머물게 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어떻게 생명이 없는 물질로부터 생명이 있는 존재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라고 하지만 읽어내기가 그리 간단치 않다.


I am a Strange Loop


그가 스스로 칭할 정도로 위트와 워드플레이, 모호한 질문들이 언어/미술/음악/수학/인지과학을 경계 없이 넘나드는데 어지러울 정도로 현란하다.


그나마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부제에서 드러나듯이 내가 나를 지시하는 복잡하게 엉킨 의식의 계층질서를 칭하는 '영원한 황금 노끈 an Eternal Golden Braid',  즉 의식을 가지고 의식을 알아가는 연구인 셈이다.


이러한 이상한 고리를 설명하기 위해 무수한 예시들을 제시하는데, 

프리드리히의 요구대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음악을 카논 기법으로 해결한 바흐의 '음악의 헌정'이라든가 

칸토어의 대각선 논증이라든가 

개미핥기와 교제하는 개미 군락의 의식이라든가

로제타 스톤과 비주기적 결정이라든가

루이스 캐럴의 역설이라든가

재정규화하는 전자의 경로 속에 증식하는 광자와 전자-양전자 쌍을 이해해야 한다.


A self-referential sentence is one that refers to itself


읽어내기가 어려운데 기분이 불편하지 않은 책은 그리 흔하지 않다. 

창의적인 상상력과 일관된 자신감이 보는 이로 하여금 이해보다 영감의 세계로 여행 보낸다.


The world is given to me only once, not one existing and one perceived


위트에 깊이를 가지면 독자는 매혹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혁신적인 것은 정보의 총합 너머에 이미 달려가 있는 문제의식과 자신만의 복합된 문제 제기가 아닐까.

그러니 출간 시기로부터 한참이나 지난 인공지능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연은 아닐 것이다.


The concept of number is the obvious distinction between the things we can count and the things we cannot


끝으로 마침 오늘 호프스태터의 칠십 대 마지막 생일을 멀리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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